심완보 충청대 교수

[심완보 충청대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추진 의지를 다음과 같이 확실하게 표명하였다. "최저임금 인상은 극심한 소득불평등 해소와 저임금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정책이고 가계소득 증대와 내수확대를 통해 소득주도 성장을 이루는 길이다." 성장이 먼저냐 아니면 분배가 먼저냐 하는 논의는 지난 250년 세계역사를 통해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일반적으로 보수진영은 감세와 규제 완화, 노동 유연성, 작은 정부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해 경제가 성장하면 물이 넘쳐흐르듯 부가 자연스럽게 아래로 분배된다는 '낙수효과'를 주장해 왔다. 반면 진보 진영은 밀물이 들면 모든 배가 다 뜰 수 있다는 보편적 복지를 통한 '소득의 재분배'를 주장해 왔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진보와 보수정권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교대로 정권을 잡고 성장과 분배의 흐름을 주도해 왔다.

 최근의 성장과 분배에 대한 국내외 기조는 분배에 힘이 실리는 듯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7년 말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국가들은 각국이 국내적으로 불평등 심화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기에 세금 정책과 부의 이전 등을 통해 부를 재분배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2014년 '재분배, 불평등, 성장'이라는 보고서에서는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왜 경제에 이로운지 다음의 세 가지 이유로 설명했다.

 첫째, 불평등이 커질수록 재분배를 요구하는 정치적 압력이 커지게 되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유층이 저소득층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재분배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둘째, 불평등이 저소득층의 건강을 위협하고 기술 습득 및 교육 기회를 박탈하게 되어 사회불안을 야기하므로 정부의 개입을 통해 불평등 수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

 셋째, 적당한 수준에서 세수를 교육과 의료 등 공공부문에 투입하면 불평등 수준을 낮추고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피터 린더트 교수를 비롯한 현대 경제사학자들도 소득 재분배가 성장에 도움이 되는 현상을 '공짜 점심의 수수께끼'로 부르고 있다. 각종 통계 검증 결과에서 분배 정책을 잘한 나라의 성장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성장과 분배의 문제는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단순한 분배와 성장의 문제가 아니고 문제의 핵심은 성장으로 얻어지는 결과물이 온갖 편법과 불법, 불공정한 수단을 통하여 어느 특정 기득권층에게만 이득이 몰린다는데 있다는 주장도 있다. 문제의 본질은 맹목적인 성장위주 정책 때문에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온갖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행위들도 용인되는 사회에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화두인 적폐청산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한다.

 존 스튜어트 밀은 그의 저서 '정치경제학 원리'에서 자신의 이상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였다. "인간에게 최선의 상태란 아무도 가난하지 않을뿐더러 누구도 부유해질 생각이 없고, 부유해지려는 타인의 노력을 보고도 아무런 위협을 느끼지 않는 상태다." 해결 안 되는 성장과 분배에 대한 끊임없는 갈등보다 밀이 말하는 최선의 상태에서 행복감을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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