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 컬처디자이너·에세이스트

[변광섭 컬처디자이너·에세이스트] 아직도 문화가 밥 먹여주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예술은 배부른 자들의 소모품이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경제가 우선이고 먹고 사는 것이 중요하다며 문화예술은 사치가 아니냐며 핏대를 세우는 사람도 있다. 문화의 어언은 '경작' 또는 '재배'를 뜻하는 라틴어의 'cultura'에서 유래했다. 땅에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며 알곡진 열매를 맺기 위해 땀 흘리는 농업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문화는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지식, 신념, 행위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자본과 문화는 어떻게 다를까. 자본은 자기증식의 성격이 강하다. 돈을 번다는 것은 나와 내 가족이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욕망이다. 상대방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도태된다. 반면에 문화는 타인의 행복이 전제된다. 개인의 열정과 노력과 창의적인 행위를 통해 서로가 기뻐하고 행복해 하며 공감한다. 공동체적 가치와 이익과 번영이 내재돼 있다.

 예술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문화가 보편성을 띠고 있다면 예술은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이며 전문화되어 있다. 그림을 그리거나 공예품을 만들거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문학을 즐기는 행위처럼 말이다. 좀 더 심화되면 영상, 드라마, 뮤지컬, 오페라 등 수준 높은 예술을 즐기게 된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감동을 주며 삶의 여백을 만든다. 오직 인간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세계는 문화도시를 꿈꾼다. 도시의 건축과 디자인, 문화자원과 문화교육, 축제와 콘텐츠, 공연예술에 이르기까지 문화로 차별화된 도시를 일구려 한다. 문화와 산업이 융합된 창조콘텐츠를 통해 지역발전과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갈등요인을 문화를 통해 화해와 치유로 이끌기도 한다. 유럽의 문화수도 프로젝트가 그러하고 동아시아문화도시 사업이 그러하다.

 청주에 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새로 지을 청주고속버스터미널과 연계해 정부나 지자체가 아닌 민간기업이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는 것이다. 유럽의 문화도시는 오래전부터 오페라극장이 성업 중이다. 피가로의 결혼, 토스카, 라 보엠 등 수준 높은 오페라를 통해 시민들이 당대 최고의 문화를 향유한다. 오페라는 사랑과 욕망을 노래하고 운명을 웅변한다. 오페라는 우리의 삶 그 자체다. 화려한 무대, 다이나믹 구성, 역동적인 춤과 노래, 마음을 흔드는 아리아…. 오페라는 예술장르 중 으뜸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오페라의 불모지다. 문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사회적 환경이 완성되지 않았으며 전문성과 콘텐츠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문화도시, 문화시민으로 가기 위해서는 뮤지컬, 오페라 등의 수준 높은 문화환경과 문화향유가 선행되어야 한다. 청주에 오페라하우스를 짓게 되면 자본과 문화가 만나는 아주 특별한 사례가 될 것이다. 이곳에 미술관과 도서관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중심, 문화플랫폼으로 발전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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