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필자는 얼마 전 『사교육 1번지! 대치동 돼지 엄마의 추억』이라는 교육에세이를 출간한 적이 있다. 공교육이 정상화되면 사교육의 상징물인 돼지 엄마는 추억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소망적 사고가 내포된 제목이다. 다소 도발적 제목 속에 등장하는 돼지 엄마는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에 등장할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교육열이 매우 높고 사교육에 대한 정보에 정통하여 다른 엄마들을 이끄는 엄마를 이르는 말. 주로 학원가에서 어미 돼지가 새끼를 데리고 다니듯이 다른 엄마들을 몰고 다닌다고 하여 이렇게 부른다."라고 정의하였다.

 이제 사교육의 창궐에 편승하여 권력을 행세하던 돼지 엄마와 결별을 선언할 때가 되었다. 돼지 엄마가 우리 교육사에서 사라져 먼 훗날 아득한 추억으로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것은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공동체의 교육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새 정부 출범이후 발표된 대입수능 개편안 연기에 이어 다양한 교육정책이 교육공동체와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여 이러한 기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의 졸속적 교육정책으로 엄마들이 발걸음이 다시 대치동으로 몰리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 우선선발권 폐지, 고교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제), 고교학점제 등의 교육정책이 강남 학생들에게 유리하면 유리했지 결코 불리한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부는 자사고와 외고를 고교 서열화 주범으로 지목하고 이러한 특목고에 우수한 학생이 몰려 일반고가 고전을 면치 못한다고 인식하였다. 따라서 특목고 폐지를 선언함에 따라 추억 속으로 사라졌던 강남 8학군이 다시 등장하게 되는 형국이다. 모 학원 강사는 "자사고, 특목고가 폐지되면 강남 8학군이 부활하니 자녀 교육을 위해선 빚을 내서라도 하루빨리 강남으로 이사를 가라"고 부추긴다. 실제로 한 일간지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의하면 자사고와 외고가 폐지되면 비강남권 경쟁력이 하락할 것이라는 답변이 60% 정도 나왔다. 아울러 여건이 허락하면 자녀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이사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50% 가까이 나온 것으로 조사되었다.

 바야흐로 현실은 마이클 왈저의 말처럼 다원적 평등시대로 현대 사회의 가치는 다양할 수밖에 없다. 한 국가의 사회적 가치가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며 자율성과 다양한 가치 기준을 확보할 때 획일적 모순을 극복할 수 있다. 사회 속에서의 상대적 자율성은 획일성보다는 다원성에서, 보편성보다는 특수성에서 성숙된다.

 교육 또한 다원화 시대를 외면할 수는 없다. 국가나 지역마다 다양한 특징을 지녔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아름다운 무지개는 일곱 색깔이 만들어내고, 수십 개의 악기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는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준다. 식물도 동종교배가 지속되면 멸종하지만 이종교배는 품질을 강화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내 편 내 사람 심기'나 한 가지 이념만을 주입시키는 교육에서 벗어나 지역이나 학교의 특성을 살리는 다양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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