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영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어쩌면 주름 잡힐 곳이 없어 귓바퀴까지 쭈글쭈글해졌을까. 거기에 무슨 살집이 있다고 빙 둘러가며 잔주름이 수없이 만들어지고는 쳐지기까지 했다. 부처님 귀 같아서 복 많이 받을 거라던 귓불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하다. 눈에 확연히 보일 정도로 주름진 것을 바라보며 나이 80에 저렇게 속절없이 늙는 육체임을 알게 된다. 좀 슬프다.


요양원에 계신 치매 어머니 모습이다. 틈을 낸다고 하면서도 한 달에 한 번 밖에 못 간다. 같이 계시는 할머니들과 간병인들을 생각해 좀 많은 양의 먹거리를 사들고 가지만 잡수시지 못하는 어머니를 보면 건강 하실 때 더 해 드리지 못한 것이 맘에 걸린다.


아들인 나도 알아보지 못하나 자꾸 이것저것 물어본다. 밥은 잡수셨냐고, 어디 아픈 데는 없냐고, 오늘은 얼굴이 좋아보인다고…. 왜 배는 고프지 않으며, 아픈 데가 왜 없겠고, 무슨 얼굴이 좋아보일까만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에게 자꾸 말을 시킨다.

아무 것도 혼자 못하면서 음식을 받아 잡수실 때나 마주 보고 있을 때에 쉴새없이 혼자 하는 동작이 있는데 그것은 오른손으로 방바닥을 걸레질 하듯 문지르는 것이다. 그 동작은 정신이 온전하셨을 때에도 쉼없이 우리 자식들에게 보여주셨던 동작이었다. 젊어서부터 과부로 살며 몸단속에 남다른 신경을 썼을 것이다.

장사를 하느라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으니 집에 돌아오기만 하면 청소와 빨래에 몸과 맘이 바빴을 것이다. 그리고 어린 4남매가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며 방을 어지럽히는 것이 참 힘드셨을 것이다.


숱한 발들이 흙을 묻혀 와 방을 더럽혔구나, 이놈들!


혹은 부지깽이를 흔들며 야단치기도 하고 혹은 방 빗자루를 거꾸로 잡고 위협했지만 욕만 하셨지 때리지는 않았던 분이다. 그리곤 냅다 도망친 뒷자리를 그렇게 닦으셨던 것이다.


짧다고는 하나 인생 80을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일들을 했으랴. 그 숱한 기억들을 아득한 저편으로다 떠나보내고 무심히 살아가는 치매의 머릿속에 아직도 붙들고 있는 걸레질은 무슨 의미일까.


의학적으로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만 아마도 많은 삶의 여정 중에서 유독 이 걸레질이 어머니를 세파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동작이었을 것이다. 남에게 책잡히지 않으려고 허름한 집일망정 항상 깨끗이 닦으셨다. 쓸고 닦고 쓸고 닦기를 얼마나 했던 것일까. 고독한 밤에는 자고 있는 자식들 몰래 일어나 또 얼마나 많은 청소를 감당했던 것일까. 그렇게 하루종일 시장 바닥에 앉아 장사를 하고 와도 항상 집이 깨끗했던 이유는 그런 가슴 아린 행위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중 좀 잘 살게 되어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게 되었을 즈음에도 그치지 않고 행했던 동작임을 이제야 알게 된다.


쏜살같이 지나버리는 인생이지만 아직도 욕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참 딱하다. 삶의 불꽃이 다 되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행하게 될 동작이 남을 감싸안고 따뜻하게 위로하는 것이면 얼마나 좋을까.

가만히보면 삶의 과정 중에 감동적으로 각인된 기억이 오래 남는 것이다. 그것도 어릴 때에 익힌 동작이 전 생애를 지배하는 것이며 그 기본 동작 위에 다른 경험들이 덧입혀져서 좀 세련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일 터이다.

학생들에게도 좀더 어린 나이에 좀더 철저히 감동적인 기본을 익혀주어야 한다.


기본이 바로 선 일류 충북교육 이라는 생활지도 목표는 치매가 되었을 때도 이 사회를 따뜻하게 바꿀수 있다. 그래서 모든 교육과정과 교육행정에 더 많은 기본교육이 강조되어야 하고 그것은 감동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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