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심완보 충청대 교수] 다음은 어떤 대상을 어린아이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는 힌트이다. 아래의 힌트를 듣고 각각의 힌트에 해당하는 정답을 몇 개나 맞힐 수 있을까? 힌트1. 줄만 잡으면 이상한 소리를 내요. 힌트2. 아줌마가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어요. 힌트3. 아빠가 일어나면, 엄마는 책을 봐요. 힌트4. 힘들게 열었는데 안에 아무 것도 없으면 화가 나요. 힌트5.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져요.

 예전에 '전파견문록' 이라는 MBC 예능 프로그램에 출제되었던 문제로 어린이가 힌트에 해당하는 단어를 설명하면 어른들이 듣고 맞히는 형식이다. 단어를 어린이의 관점에서 표현한 것이기에 어른들로서는 맞히기가 쉽지 않다. 각각의 힌트에 해당하는 정답은 다음과 같다. 힌트1. 타잔, 힌트2. 자유의 여신상, 힌트3. 노래방, 힌트4. 조개, 힌트5. 동생. 정답을 알고 나면 아이들이 설명하는 힌트가 너무나 적절하였고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자책하지만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어린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는 힌트를 듣고 맞추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리가 얼마나 자기중심성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실험이 있다. 대학생 두 명을 한조로 묶어 한 명에게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려서 어떤 노래를 연주하게 하고 다른 한 명에게는 연주자가 두드리는 리듬의 노래 제목을 맞추게 하는 실험을 했다. 연주가 끝나면 청중의 역할을 맡은 학생에게는 제목을 추측해서 적게 하고 연주자는 상대방이 알아맞힐 확률을 추측해서 적게 했다. 실험결과 연주자들은 자신의 손가락 연주를 듣고 상대방이 알아맞힐 확률을 50%이상일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상대방이 제목을 알아맞힌 확률은 2.5%에 불과 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우리는 우리의 의사전달이 항상 정확하고 객관적이라고 믿지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모호하기 일쑤이다.

 기원전 1700년 경 수메르 시대에 쓰인 점토판 문자를 해독했더니 "요즘 젊은이들은 너무 버릇이 없다"라는 내용이 있고, 청동기시대에도 먼 거리를 다니며 거래하던 상인이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함께 가던 아들을 언급하며 나약하고 철이 없다고 이야기한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요즘 아이들은 폭군과도 같이 부모에게 대들고, 게걸스럽게 먹으며 스승을 괴롭힌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와 같이 시대를 막론하고 어른들은 항상 젊은 사람들이 버릇이 없고 자기절제가 부족하며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걱정한다. 이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교수들은 학생들을 평가할 때 자신들의 학창시절을 떠올린다. 자신은 그때도 지금처럼 공부에 재미를 느꼈고 시간을 아껴가며 열심히 살았고 어렸을 때도 지금처럼 절제력이 있고 책임감이 강했다고 기억한다.

 완벽했을 것 같은 과거의 모습을 비교하며 요즘의 젊은 학생들의 부족함을 지적한다. 마치 애벌레가 나비가 되고 나면 자신은 애초부터 작은 나비였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나는 그러지 않았는데'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에게 '우리 때는 정말 안 그랬을까?' 반문해 보며 그들과 소통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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