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병 외에 근본에 이상이 생겨 발병

전음질환은 매우 다양하다. 지난 회에서 산병에 대하여 주로 다루었는데 이번에는 그 외 다양한 전음질환에 대하여 살펴보도록 하겠다. 전음질환은 병소의 특성상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점이 많으나, 근본에 이상이 발생했다는 증좌이므로 가볍게 보지 말아야 한다. 나라는 어지럽기 전에 바로 잡아야 하며, 몸과 마음은 병들기 전에 치료해야 한다. 생활하면서 느끼는 조그만 불편이 모두 질병의 진행을 알리는 신호이므로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질병을 예방해야 한다.

음낭 한쪽이 부우면서 커지는 것을 음란편추(陰卵偏墜)라 한다. 화를 잘 내거나 어혈이 있으면 왼쪽 음낭이 커지기 쉬우며, 음식을 잘 먹어 살이 쪘거나 근심 걱정으로 습담이 생기면 오른쪽 음낭이 커지기 쉽다. 여성의 경우 한쪽 난소에 종양이 생기거나 한쪽 유방이 비대칭적으로 커지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성기가 부우면서 커지고 딱딱해져서 항상 발기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목신(木腎) 혹은 강중증(强中證)이라 한다. 체내의 수화 교류가 끊기거나 신수(腎水)가 고갈하여 생기는 것으로 당뇨병 말기에도 곧잘 나타난다. 매우 위중한 병으로 고치기 어렵다. 혹자는 이를 정력이 강해졌다고 믿고 도리어 성생활을 더욱 즐기는데 수명을 재촉하는 일이다. 체질에 맞게 꾸준히 치료해야 수명을 보존할 수 있다.

배꼽 밑이 팔딱팔딱 뛰면서 때로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것을 분돈산기(奔豚疝氣)라고 한다. 본래 신적(腎積)이 있는 상태에서 한사(寒邪)가 하초를 공격하여 생긴 것으로 하초를 따뜻하게 하고 근본적으로 신적을 제거해야 한다. 방치하면 정력이 퇴화되어 자식을 낳을 수 없게 된다.

성기가 늘어져서 거두어들어지지 않는 것은 음종(陰縱)이라 하며, 성기가 움츠려 들어서 펴지지 않는 것을 음축(陰縮)이라 한다. 음종은 열로 인하여 늘어진 것이며, 음축은 한으로 인하여 움츠려든 것이다. 여자의 경우, 외음부가 아프면서 아랫배가 당기듯이 아픈 증상으로 나타난다. 원인을 파악하여 열이나 한사를 몰아내야 한다.

기력이 쇠약하고 사지가 싸늘하며 얼굴색이 검으면서 숨을 헐떡이고 차가운 땀이 흐르며 성기와 불알이 오그라드는 것을 탈양증(脫陽證)이라 한다. 양기가 극도로 쇠약해져서 생기는 것으로 매우 위급하다. 급히 양기를 돋우어야 한다.

성적 자극을 주어도 성기가 발기되지 않는 것을 음위라 한다. 대체로 심신이 극도로 피로하거나 성생활을 과도하게 하여 발병하는데, 간과 근맥이 상한 것이므로 급히 치료해야 한다. 연로하였거나 스님이나 신부님처럼 종교적 신념으로 동정을 지키는 사람들은 음위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병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화담 서경덕 선생은 천하절색 황진이를 안고 있어도 성기가 쪼그라져 있었다고 하는데, 정욕을 끊은 지 오래되어 도통한 경지에 오른 것으로 병이 아니다. 근래 음위로 고생하는 분들이 많다. 대체로 신수가 부족하여 생긴 것이니 오랫동안 성생활을 절제하고 체질에 맞게 꾸준히 보양하면 치유될 수 있다.

음낭이나 성기가 얼음처럼 차가운 것을 음냉(陰冷)이라 한다. 하초에 양기가 허해져서 발병한 것으로 하초의 양기를 돋우어야 한다. 정력이 쇠약하여 발병한 것으로 방치하면 음위가 되기 쉬우며 자식을 얻을 수 없다.

전음질환은 근본에 이상이 발생한 것이므로 하나같이 위중한 질병이다. 생활을 되돌아보아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식생활, 성생활, 수면생활 등에 절도를 지키며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여 체질과 병증에 맞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침, 뜸 그리고 한약으로 꾸준히 치료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 박 성 규 예올한의원 원장 본보 한의학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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