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2부장 박성진

[사회2부장 박성진] '#미투(Me To)' 폭로가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사회 밑바닥에서 조용히 흐르던 뜨거운 용암이 터진 듯이 각계에서 봇물을 이루고 있다.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 사건을 최초로 폭로해 미투 운동에 불을 지핀 이후 문화계, 연예계, 예술계, 학계를 거쳐 정치권으로 파문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핵탄두급 미투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권의 유력한 대권 잠룡이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미투 폭로 여파로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고은 시인은 해외 언론을 통해 혐의를 부인했지만 국내 여론은 파국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미투가 터지자 즉각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저는 문제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기억한다"면서도 초강수 카드를 뽑아 든 것이다. 단원 성폭행·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연극 연출가 이윤택씨, 여성 3명을 성폭행·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안병호 전남 함평군수 등은 경찰 정식 수사 대상에 올랐다. 급기야 학생 성추행 혐의를 받던 배우 조민기씨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등졌다. 그야말로 잇단 미투 폭로가 세상을 뒤엎고 있는 형국이다. 미투 폭로가 성역 없이 확산되면서 '#미퍼스트'(Me First)' 캠페인도 나타나고 있다. 피해자의 고백에 그치지 말고 성폭력 조짐이 보이면 적극 만류하고 비판하자는 의미다.

'미투 포비아'가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퍼스트'가 자리 잡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에는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뜻의 '위드유(#With you)' 운동도 활발하다. 이처럼 사회 각계에서 미투 운동이 불붙은 상황에서 '펜스룰(Pence rule)'은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미투의 대항격으로 툭 튀어나온 듯한 이 용어로 되레 여성이 직장 내에서 성차별을 받을까 우려된다. 애초 이 용어는 지난 2002년 당시 공화당 하원의원이었던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초선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하면서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한 자신만의 원칙을 표현한 것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국내에서는 미투 대처법으로 왜곡돼  번지고 있다.

'미투'에서 시작해 '미퍼스트', '위드유'까지 나온 상황에서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의미를 해석한 '펜스룰'이 과연 절적한 지 의문이다. 몇몇 남성들의 편협된 사고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부디 비겁하지 않기를 바란다. '미투'를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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