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 복대초 교장·시인

[박종순 복대초 교장·시인] 2000년을 맞으며 지체부자유 특수학교인 청주혜화학교에 근무한 적이 있다. 함께 늙어가는 일반학교 제자도 소중하지만 헤어진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연락을 하는 장애 입은 세 제자는 자식 같으면서도 스승일 때가 많다. 그 중에 첫째는 팔다리 하나 없는 한국의 오토다께로 불리는 '구원' 제자이다. 극한의 어려움을 딛고 가톨릭대학을 졸업,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한 번도 슬픔을 보이지 않고 늘 웃는 얼굴로 사지 멀쩡한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ㅇㅇ 제자는 다리가 불편해 몸을 휘청이며 빨리 걸을 수도 없고 눈도 사시여서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련만 휠체어 아니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장애가 더 심한 급우들을 애써 도와 반장역할을 충분히 해준 인물이다. 며칠 전 대학병원에서 고대하던 사시교정수술을 잘 했다고 전화를 받고 미안하고 무척 기뻤다. 가장 안타까운 제자는 중학생 때부터 전신 근육이 마비되어 볼펜하나도 들기 어려운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제자이다. 동생은 S대에 진학하여 부모의 기쁨이지만 늘 큰 아들 때문에 여행 한번 제대로 갈 수도 없고 희망의 존재였던 '스티븐 호킹' 박사가 세상을 뜨니 그 충격이 깊을 텐데 걱정이다.

 인류 곁에는 늘 장애가 함께하였고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는 현실에서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시설과 특히 편견 없는 마음의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차제에 평창에서 동계 패럴림픽대회가 열리고 있어 세계적인 축제에 국민으로서 참여해 보는 것도 의의가 크다 싶어 일요일 아침 일찍 평창으로 출발하였다. 여동생들과 제천에서 만나 올림픽 플라자에 가보고 혹시 선수라도 만나면 박수라도 힘껏 쳐주어야겠다는 각오였다.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대기 중인 셔틀 버스에 올랐다. 멀리 성화가 휘날리고 있는 하얀 탑이 보이는데 드디어 실감나고 북한까지 최초 참여하여 평화의 축전을 열고 있는 우리나라가 자랑스러워 발걸음이 가볍다. 정해진 게이트로 들어가 성화를 보려 스타디움으로 향하니 성화대는 스타디움 바깥에 세워져 있어 개회식 방송에 비친 모습과는 달랐다. 성화대를 한 바퀴 돌고 가까이서 기념사진을 찍으니 동생들도 환호하였다. 서둘러 알펜시아 바이에슬론센터에 가니 경기가 막 종료되어 아쉬웠지만 대관령 언덕 풍력발전단지에서 돌고 있는 하얀 날개에 푸른 꿈을 실어 보았다.

 여러 원인으로 신체 일부에 장애를 입은 사람을 대상으로 패럴림픽대회를 여는 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이번 동계 올림픽을 지켜보면서 인류의 도전과 사람들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깊게 느끼는 기회가 되었다. 이 성스런 올림픽에 각자의 나라를 대표하여 출전한 선수들은 별보다 더 반짝이는 땀방울을 가슴에 담고 도전과 영감의 오늘을 보여주고 있다. 내 제자들이 남몰래 흘린 눈물도 별이 되어 부모의 밤길을 밝게 비추기를 소망한다.

 함께 복된 소식은 우리 충북교육청이 전국 시·도 교육청 중 두 번째로 '충청북도특수교육원'을 개원하여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특수교육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지원하게 된 점이다. 아이들이 웃어야, 장애인들이 웃어야 대한민국이 웃는다. 장애는 어떤 장애물도 두려워하지 않기에 그 자체가 빛나는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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