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제7회 동시지방선거의 충북교육감 예비후보 발길이 분주하다. 그동안 숱하게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 교통정리가 된 듯 세 명의 예선구도를 드러낸다. 현직교육감 불출마로 무주공산을 입맛 다시던 4년 전, 도대체 교육을 어디로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조차 모호했던 보수·진보 색깔공방과 전혀 다른 분위기다. 완벽하다시피 조직 정비를 끝낸 소위 전교조쪽 후보자는 주인공 자리를 예약한 상태였고 출마의 당위성조차 긴가민가한 채 넘쳐난 비전교조 후보 측은 단일화추진위원회 조정도 머쓱하니 저마다 "내가 제일 잘나가"로 자가당착에 빠져 있었다.

 문제는 단일화 시점과 실패한 합의다. 합의하려면 반드시 정교한 기술이 필요한데 엇갈린 시각·억측 논리에 밥상을 엎은 꼴이다. 방송 토론에서 조차 어디서 해괴망측한 정보를 끌어와 되레 발목 잡힌 구태, 섣부른 돌풍을 일으키려다 역풍에 휘감긴 퍼포먼스 아니었나. 물론 이번 유월 선거 판세는 체급부터 다르다. 임기 내내 '혁신학교·행복교육'을 뿌리내린 현직 교육감 펀치다.

 공교롭게도 심의보·황신모 예비후보는 고향 또래이다. 청주시 청원구 강내면에서 태어나 향약(鄕約)을 섞으며 중·고·대학 선·후배와 박사·대학교수가 돼 마을 위상 또한 높여왔다. 약속처럼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 후 출판기념회까지 치렀다. 헷갈릴 정도로 엇비슷한 행보를 예사롭지 않게 보는 시선이 있다. 바로, 동문과 강내 면민들 기쁨도 잠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토로한다.

 마침내 시한부(4월14일) 후보 단일화란 제안을 전격 수용했다. 아직 경이로운 액션 기색은 없다. 두 예비후보 중 누군가 배신의 족쇄를 풀어야하기 때문일까. 대화와 타협을 압박하지만 시나리오대로 답을 찾게 될지는 미지수다. 미심쩍은 상황에서 명불허전(名不虛傳)을 만드는 힘, 그게 선거판이란 거다.

 정상급 대국일수록 죽은 돌을 집어낼 때 한 수를 앞서 보는 법이다. 평소, 주위를 달궈온 사람일수록 기다린 시간이 길어도 구걸할 줄 모른다. 함께할 때 향기로운 사람이야 표 모으기에 순조롭지만 아무리 손을 내밀어봤자 뒷담화만 무성한 사례역시 흔하다. 선거란 정말 묘해서 당선자, 낙선자를 묶어 난도질하고 정치판을 흉내 내다 망가진 운명 쯤 다반사다. 오죽했으면 선거판을 생사를 건 도박으로 비유할까. 합리적 계산보다 본능적 응전이 앞서는 까닭이다.

 상대 먼저 고꾸라지도록 닥치는 대로 두들겨 소름끼칠 정도로 기절시킨다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교육감은 일반 단체장과 달리 사람을 길러내는 시·도 교육의 최고 청지기다. 예부터 교육본향 충북 부활을 위한 스스로의 품격 없이 표를 구걸하는 건 교육가족 및 도민 우롱이다. 그만큼 펀치가 돼야 판정도 유리할 수 있다는 주심(유권자) 관측 쯤 후보자들께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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