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화 천안한방병원 소아과교수

[이진화 천안한방병원 소아과교수] 아이들은 개학을 맞아 학교나 학원 생활로 복귀한 이후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서 여러 증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아이가 밥을 잘 안 먹거나, 이유 없이 짜증을 내고 잠을 푹 못 잔다거나, 의욕이 없고 말수가 줄거나 쉽게 지치고 피곤하다고 하면서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소변을 자주 보거나 변비가 심해지기도 하고, 눈을 수시로 깜빡 이거나 코를 킁킁거리는 틱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 이러한 증상들을 반복적으로 호소하는 복잡한 임상적 상황을 새학기 증후군(new semester blues)이라고 말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장기간 증상을 호소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새학기 증후군의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다. 대인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학업에 대한 부담과 피로감, 어린 아이의 경우 엄마와 떨어지는 불안감 등 다양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된다. 이 중 새학기 증후군의 주범은 '새로운 인간관계'에서 오는 두려움이다. 영국 워릭 대학교 연구진이 약 6,400명의 학부모와 자녀들은 1991년부터 10년 이상 추적 조사한 결과, 2~9세의 어린 시절에 전학을 많이 다닐수록 정신적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했다.

특히 3번 이상 전학을 경험한 아이는 환각, 망상 등 정신질환을 겪을 확률도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2배나 높게 나타났다. 새로운 인간관계와 환경의 변화가 반복될 경우 느끼는 두려움과 중압감은 큰 스트레스로 작용해 아이들의 정상적인 정서발달과 면역 체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새학기 증후군을 겪는 아이들에게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아이와 학교생활 등 일상생활에 대한 두려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다양한 증상을 관찰하면서 아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겪는 어려움을 발견하면 아이가 느끼고 있는 감정에 대해 충분히 공감해주고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해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이가 정서적인 불안감만이 아니라 신체적인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평소 아이에게 새로운 환경에 대한 두려움, 걱정, 불안 등의 부정적인 면들보다 새로운 만남, 도전, 설렘과 같은 긍정적인 면을 바라볼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도 새학기 증후군의 증상을 줄일 수 있다.

 새학기 증후군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새학기에 잘 적응하기 위한 심리적 준비와 함께 평소에 체력과 면역력을 보강하여 육체적인 준비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한의학에서는 아이의 특성에 따라 체력을 보충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다양한 처방이 존재한다. 면역력을 높여주면 새로운 단체생활로 인한 여러 감염을 예방할 수도 있다. 신체적으로 건강한 아이가 스트레스를 감내하는 능력도 좋아져 정서적인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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