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완
중원대교수

며칠 동안 계속되는 꽃샘 추위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옛 말을 실감나게 한다. 봄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삭풍이 가시지 않아 우리 몸이 기후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여 감기나 알레르기성 비염, 아토피 피부염 등 다양한 봄철 질환이 발생하게 되는데 전통의학에서 보는 봄철 질환의 예방 및 치료 방법은 옛 조상들의 슬기를 현대인들이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전통의학에서 봄은 대표적인 음(陰)의 계절인 겨울에서 여름인 양(陽)으로 전환되는 시기이며, 오행(五行) 중 목(木)에 해당된다. 이것은 봄철에 풀이나 나무의 새싹이 쏟아나는 현상을 가르키는 것이며, 봄의 색은 녹색으로 강한 생명력과 상승, 발산, 시작을 의미한다. 또한 봄바람이란 말도 있듯이 봄철은 바람이 주요 기운이며, 전통의학에서 병의 원인이 되는 주요 자연현상인 육음(六淫 : 風 바람, 寒 찬 기운, 暑 후덥지근한 기운, 濕 습기, 燥 건조한 기운, 火 뜨거운 기운) 중의 하나인 풍사(風邪)가 설치는 계절이기 때문에 인체는 풍사에 쉽게 손상될 수 있다. 바람이 많은 봄철은 풍사의 범람으로 우리 몸을 마비시키는 중풍에 걸리기 쉬운 계절이다.

우리가 자동차의 창문을 열고 달리면 얼굴 한쪽이 얼얼해지면서 남의 살처럼 느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 이것이 풍사로 인한 마비 현상이다. 바람은 가볍고, 빠르게 이동하며, 위로 올라가려는 성질이 있는데 이러한 현상 때문에 풍사는 우리 몸의 겉 부분인 피부병과 몸의 상부 질환인 폐나 간, 얼굴, 땀샘, 귀, 코 등과 연관성이 있으며, 마비나 경련 질환인 입, 눈, 팔다리 등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따라서 봄바람(風邪)은 봄처녀의 치맛자락에서 봄 향기를 머금고 올 수도 있지만 다양한 봄철 질환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양면성을 인식하고 맞이해야 할 것이다.

또한 봄철은 습기가 많은 계절이다. 이것은 봄이 되면 겨울 동안 얼었던 땅이 녹아 축축해지는데 도시에서는 아스팔트 때문에 잘 관찰할 수 없지만 산이나 농촌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그래서 봄이 되면 몸이 무거워지는 습병(濕病)이 많이 생기는데 습병이 생기면 몸이 붓거나 무거워 자주 눕고 싶고 소변이 시원치 않게 된다. 봄철이 되면서 새싹이 쏟아나고 자연의 양기가 솟아오르면 우리의 몸에서도 당연히 양기가 충만해야 하지만 평소 소화 기능이 나쁘고, 체력이 약하거나 겨울 동안의 잘못된 생활 습관이 몸을 나른하게 만들고 입맛도 없게 만든다.

따라서 봄철에는 기운이나 면역력을 증강시키기 위해 양기(陽氣)를 충분히 받아 들이고, 섭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동의보감에서는 봄철에 늦게 자며 일찍 일어나고 몸을 느슨하게 하고 산책을 많이 하라고 하는데 이것은 따뜻한 양기를 충분히 받아들여 겨울의 음기를 날려 보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봄철 건강 유지를 위한 전통의학의 식생활 습관은 아침과 점심을 잘 챙겨 먹으며, 저녁은 가급적 일찍 소량을 섭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식후에는 가볍게 산보를 하여 소화 기능을 돕도록 하고 봄철의 기후는 따뜻하기 때문에 너무 찬 음식을 가급적 멀리하고, 봄철에 흔히 볼 수 있는 냉이, 달래 등 향이 강하고 비타민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여 입맛을 돋우는 음식을 잘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특히 전통의학에서 봄은 오장(五臟) 중 간(肝)에 해당되는 계절이기 때문에 간이 왕성하게 활동함으로 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품인 쇠고기, 부추, 아욱 등의 섭취를 평소보다 증대하는 것도 좋은 섭생법이라 하겠다.

요즘 같이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봄철 감기를 전통의학에서는 온병(溫病)이라고 하는데 이는 겨울철 잘못된 섭생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기운을 저장해야 하는 겨울철에 기운을 저장하지 못해서 발생한다고 하였다. 현대인들이 특히 봄철 감기에 많이 걸리는 이유는 적당한 추위를 견뎌내야 할 겨울 동안 너무 따뜻한 곳에서만 생활하기 때문에 기운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높은 기온 때문에 필요 이상의 양기를 발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봄철 감기를 예방 및 치료할 수 있으며 쉽게 구할 수 있는 제철 식품으로 쑥차를 권하고 싶은데 쑥은 봄의 향기를 가득 머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수레바퀴는 돌고 돌아 음력 3월의 중순에 접어들었으며,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린다고 하지만 꽃은 피고 여름은 우리를 또 기다리고 있다. 봄철 질환이 허약해진 우리를 괴롭히고 있지만 자연현상에 순응하면서 자연 법칙에 따라 살았던 선인들의 양생법으로 봄날을 건강하게 즐기는 슬기를 배워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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