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일반적으로 토론은 주장과 반박으로 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토론 방식은 토론자들이 자신의 주장만 내세워 상대방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교차질문식 디베이트 토론 방식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하였다. 그것은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질문하는 단계를 추가하여 토론자끼리 원활한 토론이 가능하게 하였다. 다시 말하면 입론과 반론이 있은 후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질문하는 단계를 추가하여 토론의 불균형을 보완한 것이다.

 논쟁형 독서토론은 이러한 토론 방식을 수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논쟁형 독서토론은 입론 - 반론 펴기 - 반론 꺾기 - 최종 발언의 순서로 진행된다. 구체적으로 논제가 주어지기 때문에 책을 읽는 방향이나 입장 등을 명확하게 잡을 수 있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논제를 주로 교사가 제시하고 경쟁 토론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논리가 약한 학생은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한계점이 지적된다.

 최근 학교현장에서는 경쟁 토론에서 벗어난 비경쟁 독서토론이 널리 파급되고 있다. 그것은 경쟁과 승패에 우선하는 토론 방식과 차별되게 정직한 독자, 질문하는 독자, 토론하는 독자를 지향한다. 학생들이 각자 선택한 책을 읽고 스스로 토론에 필요한 질문을 만든 다음 유사한 질문을 만든 학생끼리 모둠을 만들어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이다. 학생 스스로 만든 질문과 토론의 주제를 신뢰하고 인정한다는 점을 중요시 여길 수 있다. 이 방식에 착안하여 몇몇 뜻있는 교사들은 학교 현장에서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토론 모형을 만들었다.

 첫째, 자료 읽기 과정이다. 토론을 위한 논쟁적 질문을 생각하며 개인별로 자료를 읽는다. 읽은 내용을 짝끼리 설명하고 토론을 위한 논쟁적 질문을 만든다. 둘째, 짝토론 과정이다. 짝끼리 질문 생성 이유를 설명하고 두 질문을 합치거나 수정하여 질문을 하나로 합의한다.

 셋째, 모둠 논제 선정 과정이다. 두 짝이 합쳐진 4명이 짝토론으로 선정된 질문의 적합성이나 타당성을 검토하여 모둠별 대표 질문을 합의한다. 대표 질문을 칠판에 게시하고 토론 개요를 작성한다. 넷째, 모둠 토론 과정이다. 사회자 선정 및 토론 규칙을 공유하고 사회자 중심으로 모둠별로 토론을 진행한다. 이때 토론 핵심 내용을 기록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섯째, 모둠별 발표 및 정리 과정이다. 모둠별 토론 결과를 발표하고 전체적인 토론 내용을 정리할 뿐만 아니라 자신 및 모둠원 토론 활동을 평가한다.

 비경쟁 토론 모형은 기존의 하브루타 방식인 짝토론과 모둠 토론 방식을 결합하여 재구성하였다. 특히 질문이 강조된 토론 모형으로 학생 스스로가 질문을 중심으로 탐구하는 과정과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을 경험한다. 결국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경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생 서로 간의 다름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모두 소중한 존재임을 알아간다. 또한 답을 찾으려는 것보다는 질문하는 역량을 강화하며 경쟁과 열등감에서 벗어나 창의력과 공동체 의식을 키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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