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요즘 병의원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일반적인 의학검사로는 전혀 이상을 발견할 수 없는 두통, 현기증, 변비, 우울증, 불안장애, 불면증 등 여러 증상들로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고가 있었다. 과거에는 조현병(정신분열병)이나 조울증과 같은 중증 정신 질환자가 주로 병원을 찾았지만, 지난 10년 동안 정신건강의학과의 환자 증가율은 1위로 암 환자보다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러한 환자들의 공통된 특징은 한 가지 증상만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전신적인 고통을 호소해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덥지도 않은 날씨에 땀을 흘린다든지, 위장에 불쾌감을 느낀다든지, 손발의 떨림과 저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무력감 등 여러 증상을 한꺼번에 느끼고 있지만 병원에서는 특별한 이상소견을 발견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환자들의 불쾌감이나 고통은 사라지지 않아 더욱 초조해 하고 안절부절 안정을 찾지 못해 결국에는 우울증세로 빠져들게 된다.

 어느 누구나 가끔은 어떤 이유로든 우울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질환임을 인식하지 못한 채 치료에 대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만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신체의 불편함으로 일상의 생활유지에 어려움을 겪거나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서 우울증이 쉽게 발견된다. 결국 만성 질환이 만성 우울증을 부르는 격이다.

 이렇듯 마음에서 비롯된 몸의 질병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보다 우리 몸에는 더 치명적이고 위험할 수 있다. 외부로부터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유해균들은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이나 약물로써 얼마든지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에서부터 생긴 몸의 병은 자칫 불치의 병이나 난치병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음의 병은 많은 사람이 느끼는 행복함과 반비례해 그렇지 못한 사람은 상대적 박탈감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위태로운 직장 및 취업에 대한 불안감과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가계경제 또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지극히 진단이 어려운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병이다.

 자율신경은 호흡, 순환, 맥박 등 대부분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속해서 작용하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두 가지 신경계이다. 이 두 가지의 신경계가 서로 균형을 이뤄 호흡, 소화, 순환, 배설 등 몸 전체의 영양이나 대사활동을 조정한다. 그러나 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지면 급작스런 심장의 동요나 변비 또는 설사로 고통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의 지속은 현대인의 대표적 질환 중 하나인 우울증에 영향을 끼치며, 심지어는 자살이라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대대수의 사람들은 종종 우울증과 일시적 우울감을 혼돈하기도 하고, '설마 내가?'라는 생각에 우울증을 부정하거나 병원 방문에도 큰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울증 치료의 첫 단계는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에서 비롯된 몸의 병은 그 원천인 마음을 다스려서 안정을 찾는 근원적인 치유책과 함께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도록 노력함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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