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심완보 충청대 교수] 지난 주말, 학과 학생들과 이번 여름에 베트남으로 파견가게 될 한국정보화진흥원 주관의 월드프렌즈 ICT봉사단 소양교육을 받게 되었다. 개도국이해와 안전관리 등 여러 가지 교육과정이 있었는데 그중 한 강사가 '이 세상에서 누구에게나 가장 공평하게 분배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답은 '시간'이었다. 시간만큼은 이 세상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분배된 자원이기에 누구나 공감이 가는 답이었다.

 그런데 이 시간이라는 것이 개인별, 상황별 매우 상대적이다. 이번 소양교육 중에도 내게 별로 관계없어 보이고 지루하게 진행되는 강사의 강의는 너무나도 시간이 안 가고 심지어 졸기까지 한다. 하지만 나중에 잠에서 깨어 회상을 해보면 아무것도 배운 것 없이 빠르게 시간이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 반대로 현지에서의 안전문제 대처 방안 등 자신에게 필요한 강의이거나 강사의 에너지가 느껴지고 유머러스하게 진행되는 강의는 집중해 듣다 보면 어느덧 아쉽게 강의가 끝나 버린다. 같은 시간이었지만 이런 강의는 시간이 참 빨리 갔다고 느껴지고 나중에 배운 내용을 회상해보면 참 많은 것을 배웠고, 그때의 시간이 느리게 간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이 상대적인 이유는 지금 하고 있는 활동에 얼마나 집중을 했는지에 따라 생기기 때문이란다. 집중한다는 것은 그와 관련한 정보를 처리하는 데에 그만큼 두뇌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고 정보를 처리하는 데에 몰두하여 시간을 인식하는 데에는 두뇌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에 회상할 때에는 뇌에 많은 정보가 남아 있기에 긴 시간을 보냈던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간의 길이는 상대적인 느낌으로 결정된다.

 또 다른 예는 우리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것이다. 3분의 시간을 감각만으로 알아맞히는 실험에서 20대는 3초 내외로 상당히 정확히 3분 시간을 맞춘 반면에 60대 참가자들은 40초나 더 지나서야 3분이 지났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긴 시간을 더 짧게 느끼는 것이다. 어려서든 나이가 들어서든 같은 시간을 살아갈지라도 어렸을 때 겪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다 새롭고 신기하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기억에 남지만 나이가 들어 겪는 익숙한 일상의 모습은 기억에서 생략되어 남지 않기 때문에 회상할 때는 굉장히 짧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잠자는 시간이다. 깨어 있을 때보다는 하는 일이 없으므로 잠자는 시간은 무척 빨리 지나간다. 초행길이 멀게 느껴지는 이유도 처음 가는 길은 이것저것 파악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시간을 길게 쓰고 싶다면 자신의 뇌에 새로운 자극을 만들어 주어야 한단다. 뇌에 자극을 주기위해 추천되는 방법으로는 악기 연주하기, 독서하기, 명상하기, 운동하기, 게임이나 퍼즐풀기, 새로운 언어 배우기, 새로운 곳으로 여행 떠나기, 새로운 음식을 요리하기 등이 추천된다. 나이 들어가면서도 같은 시간을 좀 더 길게 쓰고 싶다면 뭐가 되었던 당장 오늘부터 새로운 것을 시도해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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