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이 땅의 교사로 살아가면서 요즘처럼 자존감이 낮아진 경우도 없었다. 예전엔 사회적으로 스승을 공경하는 풍토가 있어 스승 찾아뵙기, 은사의 밤 등의 행사를 통해 스승의 은혜에 감사하는 맘을 전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미풍양속은 2015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스승에게 음료수 한 잔, 카네이션 한 송이를 선물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따뜻한 온정이 사라진 삭막한 교단엔 스승과 제자라는 명분만 남고 잠재적 범죄자만 존재한다. 전지전능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스승의 날을 폐지해 달라는 요구가 있다고 하니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학교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당선하면서 학교에 혁신이란 말이 파급된 경향이 강하다. 혁신학교가 전국의 초중고를 강타하면서 혁신이라는 말은 더 이상 혁신적이지 않다. 학교와 혁신이라는 단어의 조합이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이미 전국의 혁신학교는 전체 학교의 10%를 넘겼다.

 혁신의 공과는 시간이 지나야 제대로 나타나겠지만 분명한 것은 혁신으로 말미암아 학교가 너무나 분주해졌다는 사실이다. 혁신 공문은 그야말로 혁신적으로 뿌려져 교사의 시간을 송두리째 앗아간다. 수업과 생활지도가 교사 본연의 의무라는 말은 교육법전에나 나오는 문구에 불과하다. 심지어 공문을 처리하다가 시간이 나면 수업을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어쩌면 혁신을 혁신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흔히 학생, 학부모, 교사를 교육 3주체로 여기고 교육이 발전하기 위하여 서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교사는 교육의 주체라기보다는 오히려 혁신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우리는 매스컴을 통하여 학생들이 수업을 방해하고 교사의 교육적 지도에 불응하거나 학부모로부터 무시를 경험한 상처받은 교사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교사 사이의 괴리가 깊어갈수록 우리 교육의 골도 깊어진다. 교사는 교육의 주체로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수업을 하고 학생과 학부모와의 상호소통을 통하여 진정한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과거 학교는 존경심을 내포한 온정이 규칙과 조례 및 법보다 위에 존재하였다. 그래서 이와 같은 강제적 성향 따위와는 거리를 두고 금기시 여겨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현상은 서울서 김 서방 찾기보다 어려운 일이 되었다. 사안이 발생하자마자 규칙과 조례를 들먹이고 법을 찾는다.

 다시 선거철이 돌아 왔다. 교사 몇 십만 명만 외면하면 그 몇 배를 표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돈다. 선거판에 표가 될 수 있는 포퓰리즘만 난무하고 올곧은 교육 공약을 발견하기란 어렵다. 교육 예산이 화수분은 아닐진대 무상급식, 무상교복, 무상교재, 무상등록금 등 보편적 복지의 탈을 쓴 공짜가 난무한다. 학교엔 무상 말고도 유상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이 더 많다. 무상으로 뿌리면 유상으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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