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유인순 한국커리어잡스 대표이사] 처음으로 국민청원에 참여했다. 촛불도, 태극기도 들어보지 못한 채 세월을 보냈고, 누군가가 바꾼 세상에서 살면서도, 세상을 바꾸는 일보다 필자에게 주어진 역할에 열중하는 것이 더 큰 도리라고 생각했다. 조동화 시인님의 표현대로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마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그런 생각이었다.

 독립기념관에 대한 관심을 두고 난 후로 필자에게 날아온 '국민청원에 참여해 주세요'라는 문자는 내 마음을 흔들었다. 유관순 열사의 서훈이 3등급이라 역대 대통령들이 영전에 헌화하지 못한다고 한다. 정부 의전 규정에 대통령의 헌화는 서훈 2등급 이상자에 한한다고 정해져 있기 때문이란다. 서훈 1등급인 대한민국장에는 김구, 이승만, 안창호 등 30명이고, 2등급인 대통령장에는 이동녕, 신채호, 이범석 등 93명이다.

 "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나라를 잊어버린 그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청원에 인용된 유관순 열사가 남긴 말을 보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누가 그처럼 내 나라를 사랑 할 수 있을까. 그분이 견딘 고통의 순간이 떠올랐다. 올해 3월에 뉴욕타임스는 유관순 열사를 일제에 저항한 한국의 독립운동가라 추모하며 부고 기사를 대대적으로 냈다. 애국, 애족 박애, 희생, 봉사, 평화의 정신을 구현한 유관순 열사는 3.1운동의 상징이다.

 국민청원사이트에 가보면 국정 현안 관련, 국민들 다수의 목소리가 모여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답하겠다는 것이다. 답변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유관순 열사의 서훈에 관한 청원 진행 사항을 알고 싶어서 홈페이지를 보는 순간 수십만 건이나 되는 청원 내용에 혀를 내둘렀다.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청원에 대해서도 놀라웠지만, 누구누구를 사형시켜 달라는 내용이나, 개인의 이름을 거론하고 그에 대한 징벌을 요구하는 악의적인 건의가 많은 것에 더 경악했다. 마치 어떤 뉴스의 악플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국민소통이나 갈등 예방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한 응답자가 73.2%에 이른다는 것을 생각하면 현재 올라와 있는 청원 내용 중 일부는 심히 우려가 되는 상황이다. 과도한 의견 표출이나, 단순한 분노의 배출창구가 되지 않으려면 청원에 대한 개인적 의식이 높아져야 할 것이다.

 2017년 8월17일 부터 시작해 이제 1년이 채 안 된 이 제도가 국민소통에 이바지 할 수 있게 하려면 개인적인 이익을 대변하거나 타인을 비방하기보다는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보다 나은 시민의식을 고취 할 수 있는 청원이 올라오기를 소망한다. 마지막 날, 몇 명이나 청원에 참석했는지 확인하러 청와대에 갔더니 6월 9일 현재 31,255명으로 청원기간이 만료 되었다. 많이 아쉽다. 필자라도 영전에 꽃다발 하나 들고 가 뵈어야겠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