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아무도 눈 길 주지 않던 베란다 화단 구석에 /때 아닌 들깨가 싹을 들어 올렸다. /녹색으로 늘어선 동양란의 물 동냥으로 살아 온 가련한 생명 하나 / 아차, 이를 어쩌지 / 창문을 열자 휘파람 소리 "톡톡톡" 빗방울 / 잎자루 날개처럼 벌려 / 비스듬히 기대어 서서 / 감춰진 씨앗을 부른다. / 필자의 시 '떡잎' 전문이다.

 어렸을 적, 동네 어른들의 '될 성 부른 나무 떡잎부터 다르다'는 잦은 말씀을 기억한다. 성공 낌새나 징조를 일컫는 말임을 나중에 알고서야  워낭 소리처럼 은은한 울림까지 헤아리게 됐다. 곰곰 되짚어 봐도 언어가 거칠거나 행동이 포악하여 손가락질 당하는 또래를 찾아볼 수 없었다. 가끔 책상 위에 경계선을 그어 수호를 하거나 땅따먹기 도중 규칙이 조율되지 않아 옥신각신하다 금세 풀어졌다.

 분통 터졌던 건 툭하면 '초등학교 반장 뽑기' 비유였다. 요즘 민주주의 최고 모범 답안인 초등학교 반장 선거를 어른들이 마구 폄훼했다. 엄연한 허위사실 유포다. 아이들 알면 까무러칠 일이다. 오히려 초등학생에게 투표권을 주면 훨씬 공정하고 깨끗할 대한민국 선거다. 네거티브·샤이보수·가짜뉴스 ·그 밥 그 반찬, 법(法)위의 꼼수로 반목 상처를 남겼다. 무상 시리즈 거품 외 이슈조차 없었다.

 평생 안볼 것처럼 후안무치(厚顔無恥)까지 민심을 이간시켰다. 기초의원 정당 공천 폐해 역시 모르쇠인 이유가 있다. 국회의원과 당의 짭짤한 갑질(패거리·들러리·먹이사슬) 대상 맞다. 어쨌거나 일곱 번째 동시지방선거도 당락을 갈라 흥한 당·망한 당으로 살맛·죽을 맛이다. 그나마 여당과 덩치 큰 야당 투표용지 끄트머리를 채워가며 고군분투한 젊은 인재의 몸부림에서 희망을 읽었다. 선거란 원래 '그러려니', 당선자·낙선자 모두 축하와 위로를 전한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노랫말처럼 트라우마를 안고 평생 살아갈 수 없다. 울고 싶을 때 자신과 빨리 화해해야 이기는 거다.

 선거 사범들 줄 소환 차례다. 여러 유형의 위법에 떨고 있다. 선거란 정말 묘해서 당선자, 낙선자를 묶어 난도질하고 못된 것부터 흉내 내다 망가진 운명 쯤 흔하다. 대부분 선거법을 제대로 모르거나 자기중심 잣대에 기인 하지만 표밭처럼 무서운 사활의 비수는 없다. 당선은 곧 '공복·청백리·머슴'인 4년 기간제자리다. 행사장에서 꽃사지나 달고 박수를 어깨 힘을 즐겨선 안 된다. 산하공무원 인사·이권유착에 맛들이면 정상적 역량을 가동할 수 없다. 부쩍 늘어난 2030세대 653명 도전이유이기도 하다.

 관습처럼 굳어진 무사안일·복지부동·변칙행정·도덕 불감증과 타성 등 오죽 답답했으면 경력·인맥·조직·돈의 열세를 무릅쓰고 도전의 격랑에 끼어들었을까. 명실상부한 지방자치, 떡잎을 걱정하는 속앓이도 만만찮다. 해법은 전적으로 자기 권위에 달렸다. "난 알아요 이밤이 흐르고 흐르면 누군가가 나를 떠나 버려야 한다는 그 사실을…"  당선은 잠깐의 어리둥절 수준 기쁨이다. 마음의 배지가 먼저일 때 진정한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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