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 컬처디자이너·에세이스트

[변광섭 컬처디자이너·에세이스트] 청주는 1500년 역사를 간직한 교육의 도시, 생명문화의 도시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비롯해 세종대왕 초정 르네상스, 청주향교, 서원향약, 태교신기, 명심보감 등 생명의 가치를 중시하는 교육문화가 청주에서 싹트고 청주에서 결실을 맺었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 청주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분연히 일어섰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 임진왜란 첫 육전승리한 곳도 청주이며, 일제와 맞서 싸운 신채호, 손병희, 한봉수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 또한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위기의 매 순간 뜨거운 가슴으로 나라를 구하고자 했다. 한수이남 최초의 사학에서부터 우리나라 유일의 교육사관학교까지 수많은 학교가 있다. 문학, 미술, 음악, 춤, 미디어 등 창의적인 문화예술인이 많이 배출된 것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 인본을 중시하고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달려왔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기로에 서 있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 창조와 융합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를 맞아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교육환경을 만들 것인지 아니며 나태한 삶에 머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세종대왕은 일찍이 지식, 인재, 시스템을 통치철학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세종대왕 시절에는 조선의 태평성대를 일구었다. 과학, 문화예술, 복지, 조세, 교육 등 수많은 분야에 걸쳐 일군 결실을 빛나는 우리의 유산이 되었다.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노래하고, 사람이 있는 문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고, 더불어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고, 명견만리의 자세가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웅변한다. 그렇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공교육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세상은 급변하는데 제도권의 교육환경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매년 학교밖 청소년이 1천여 명에 달한다.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사회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인생 2모작, 인생 3모작을 준비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어떤 준비도 없이 조금씩 늙어가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은 영국의 런던에서 인생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인생학교는 매주 다양한 주제로 시민들에게 지식과 정보와 꿈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알랭 드 보통은 이를 책으로 엮어 세계 각국에 보급하면서 세계적인 철학자, 작가, 기획자의 반열에 올랐다. 세계 각국에 인생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다니엘 핑크는 새로운 미래의 조건으로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를 강조했다.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나침반이다.
그래서 청주의 새로운 미래의 창, 희망학교가 문을 연다. 충북도교육청 지선호 장학관의 희망얼굴 캐리커처가 시발점이 되었다. 희망학교는 각계각층의 지역 전문가들이 시민들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위해 이야기하고 공감을 나누는 장이다. 강의와 토론과 탐방과 퍼포먼스가 있다.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는 지식의 최전선이 될 것이며, 새로운 미래를 여는 창조의 마당이 될 것이다. 공감과 나눔, 사랑과 우정을 함께하며 꿈을 빚고 다듬고 펼쳐 나갈 것이다. 더 큰 도약과 더 행복한 내일을 위한 설렘의 시간이 될 것이다. 청주의 새로운 미래를 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