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국내 유력 언론들이 2020년도 입시부터는 전국의 60여개 대학에서 학생을 한 명도 채우지 못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국내 전체 대학을 놓고 볼 때는 1개 대학 당 입학정원의 70%만 채울 수험생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보도가 새삼스러운 뉴스는 아니다. 수년 전부터 이미 예상되었던 일이며, 일부 지방대학에는 이미 학생 부족이라는 쓰나미가 덮쳐서 대학을 붕괴시키고 있는 중이다.

특히 중소도시에 위치한 대학들의 재학률은 60%를 넘지 못하는 곳이 많다. 당연히 신규 교수 채용은 중단된 지 오래고 그 자리를 연봉 2, 3천만 원의 퇴직 전문가들이 메우고 있다. 등록금 수입이 줄어드니 자연히 전임교수들의 급여도 삭감되어 6, 7천만 원이던 정교수 연봉이 2천만 원 이하로 떨어진 경우도 있다. 실력 있는 젊은 교수들부터 살길을 찾아 대학을 떠나고 있으니 저간의 사정을 모르고 입학한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2020년 입시부터 극에 달하게 될 것이다. 입시 유관기관들이 집계한 2020년 이후 수험생 수는 46만 명 미만이다. 지금보다 12만 명 이상 줄어든다. 학벌욕구 충족 차원에서 이들의 대학지원행동을 예상해보면, 서울과 수도권 대학에 우선 지원하고, 다음으로 거점 국립대학 및 광역시 대규모 4년제 대학에 진학하려고 할 것이다. 이들 대학이 학생을 100% 충원한다고 가정하면 나머지 100여개의 지방대학은 정원을 50%도 채우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일부 대학의 상황은 이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에 있으면서 정부의 대학역량평가에서 60%의 인정에도 들지 못한 대학에는 학생이 1명도 지원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다. 결국 이런 대학들은 재학생 이탈까지 가속화됨으로써 문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경쟁력이 뒤지는 지방대학들과 대학역량평가에서 인정에 들지 못한 40% 대학에서 일하는 교수들 수천 명은 앞으로 수년 이내에 실업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우리 학과는 괜찮을 것이라는 허황된 기대는 금물이다. 최근 GM의 군산공장이 문을 닫은 것처럼 경쟁력 없는 지방대학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범주에 들어 있는 대학들은 공익적 차원에서 조직의 청산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맞다.

이제 잔치는 끝났다. 고매한 육영의 목적으로든지 재산의 대물림 수단으로든지 중소도시를 비롯한 지방 각지에 세워진 수많은 대학들은 수년전부터 학생부족으로 쇠퇴와 소멸의 길로 들어섰다. 모든 조직은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과 같아서 만들어졌다가는 사라진다. 조직의 쇠퇴와 소멸의 첫 번째 조건은 그것의 생존을 떠받쳐주던 환경이 쇠퇴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경영의 실패이다. 지방대학들, 특히 중소도시에 위치한 대학들은 지금까지 그것의 생존을 가능하게 해주던 학생 숫자가 급격히 감소함으로써 자연히 쇠퇴하게 되었다. 지방대학에서 일하는 수천 명의 교수들은 이제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준비를 하고 맞는 매는 그래도 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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