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 전 복대초 교장·시인

[박종순 전 복대초 교장·시인] 교단에서 정년하여 산수 안팎에 이르신 대선배들을 모시고 청주시티투어를 다녀왔다. 동래부사로서 임진란 때 나라를 지키다 순절한 송상현 충렬사를 찾아가 참배하고 작으나마 애국할 것을 결심하였다. 이어서 문의문화재단지에 들러 전통가옥과 문산관 등을 둘러보았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시묘살이 하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여막에도 들어가 보았다. 문산관은 조선시대의 객사로서 고을에 있던 관사로 초하루와 보름달에 임금이 계신 대궐을 향해 절을 하는 의식을 거행하는 한편 중앙에서 내려온 사신의 숙소로도 사용되었다 한다.

 조상들의 슬기를 마음에 담고 높이 빼어난 솟을대문을 한 번 더 바라보며 대청호를 뒤로 하였다. 마무리는 상당산성에 올라 문화해설사의 설명으로 산성의 과학적인 면모를 알아보았다. 산성의 절반을 도는 등반길에 오른다. 걷는 산길마다 숲속의 향기가 온 몸을 편안케 한다. 산딸기 두 알이 수풀 속에서 빨갛게 익어가고 나비들이 꽃마다 앉아 가벼운 춤을 쉬지 않는다. 마을 가까이 조성된 논못에는 연들이 초록잎을 맘껏 펼쳐 1학기 동안 멍든 가슴을 떨쳐내고 하얀 꽃봉오리가 어여쁜 소녀처럼 이른 매미의 노래를 듣고 있다.

  형님과 함께 다시 저 매미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먼 데는 어렵고 가까운 산성 가자'하여 연꽃 논 옆길로 반을 돌고 청국장 맛있는 점심을 먹고 비지를 두 봉지 얻어 배낭에 넣어주던 고마운 시누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걸까? 지난 2월 암이 발견되어 겨우 네 달을 앓고 6월 25일 한 줌의 재가 되어  우리 곁을 영영 떠나시고 말았다. 형님이 꽤 일찍 세눈을 떠나면서 우리에게 남긴 것은 정녕 생애 대한 경외와 살아있음의 축복을 깨닫게 해 준 것이다.

  "죽는 것이 너무 힘들다. 이렇게 두렵고 어려운 것인지 몰랐다. 살기 어렵다 하며 '죽고 싶다' 하는 사람 많은데 사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죽는 것에 비    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눈만 뜨면 볼 수 있고 철 따라 꽃    이 피어 예쁘고 나무와 산이 저렇게 파랗고.....죽어서 천당 가려 하지 말고    지금 이곳이 바로 천국임을 나는 왜 그걸 몰랐는지 매일 즐겁게들 살어."  형님이 아직 의식이 있을 제 들려준 후회담! 우리 각자 걸을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우리나라는 OECD중에서 8년 연속 자살률 1위를 달리고 있으니 어찌된 일인가? 청소년 자살률도 회원국 평균보다 3배나 높고 자살이 10년째 청소년 사망원인 1위라 하니, 대책이 쉽지 않음이 문제다. 이제 여름방학이 다가온다. 부모라면 짬을 내어 자녀들과 여행을 떠나고 고민도 들어보고, 스승이라면 그들의 최고의 따듯한 친구가 한번이라도 되어주었으면 한다. 마침 김병우 교육감이 공약이행으로 공립형 대안고 설립을 시동하였다니 자살 등 고위기 학생들에게 희망의 햇살이어서 성공을 기대해본다. 교육은 생명의 존재부터 시작되며, 한 생명의 완성을 위해 다각도에서 진선미를 안고 계속되어져야 함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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