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왜 국회가 이 지경일까? 참으로 괘씸하고 개탄스럽다. 나라예산을 만지작거리면서 자신들 배만 불려왔다. 교섭단체 대표의 경우 무조건 월 6천만원, 상임위원장·특별위원장 600만원 씩, 국회의장은 해외 순방에 오를 때마다 수천만원을 특활비로 챙겼다. 겹 감투를 쓴 의원은 이중 삼중 수령까지 대부분 현금으로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 왔다.

혈세의 쌈짓돈엔 영수 증빙서 생략이란 꼼수가 있었다. 거짓인 줄 알았다. 생각할수록 '대박'이다. 새벽부터 땀 흘린 공사장 인부의 일당과 택배로 하루 수천km를 누빈 발품을 생각하면 같은 국민인 게 악랄하다. 물론 생산·합리적 집행조차 덮으려는 건 아니다. 서민들 팍팍한 생활로는 구경하기조차 힘든 뭉칫돈을 맡긴 것처럼 꼬박꼬박 타낸 의원들, 나라 살림은 어떻든 오로지 먹이 사슬을 쫒아허둥대고 겉으론 궤변에 당당하다.

사정(司正)대상 1호 국회, 더 말해 뭣하겠는가. "왜 관례를 갖고 그래" 역대정권의 요란한 변죽이었을 뿐 적폐 고리 끊기 예외 존(zone), 입법을 한답시고 기세등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파워다. 국회 특활비 국민여론 조사 결과 매우 부정적(투명한 공개와 개선 52.8% · 폐지 42.3%) 응답이었으나 의원들은 '현행 유지'쪽으로 찰나의 답을 냈다. 실랑이조차 민망하다.               

"사실, 얼마의 돈을 받은 게 사실입니다. 주는 데 싫어할 이유 없잖습니까. 자녀 유학비에 보탰습니다." 차라리 솔직한 자세라면 분노 쯤 잠재울 수 있으련만 "정당하게 쓸데 썼다"며 기자회견을 자처하는 등, 애꿎은 오리발로 실체를 묻으려하니 작태가 무섭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남의 일처럼 안이한 처사다. 아무리 참신하여 금방 커다란 변화를 전제한 칼날이라도 제 식구 챙기기나 감싸려들려 하면 칼끝은 무디고 만다. 예외와 사각지대를 늘릴수록 집도(執刀)는 커녕 불신과 의혹만 불어난다. 정치적 빅딜이나 물 타기를 해서는 안 된다. 준엄한 잣대와 일벌백계가 정답이다. 여야가 있을 수 없다. 변해야할 때 저항은 배짱도 뚝심도 아닌 무의미하다. 적폐의 두꺼운 가면을 쓴 몇몇 일그러진 국회의원 앞에 기댈 곳조차 잃은 국민감정, 어떤 방법으로 추스릴지 두고 볼 일이다.

현실적으로 끄떡 않는 금배지의 신드롬은 도덕적 방치다.  대책은 무엇일까? 특활비를 마치 세비 보조금처럼 경쟁력 없이 몰염치하게 썼을 경우 환수 또는 처벌해야한다. 20대 국회 후반기 신임 문희상 의장은 "대명천지에 주머닛돈이 어디 있고 쌈짓돈이 어디 있느냐, 명세서를 달 수 없으면 쓰지 말아야 한다"며 국회차원 대수술 결단을 비쳤다.

하지만 땜질 처방으로 오히려 또 하나의 빌미를 주게 된다. 벌써 입법부 흔들기라는 반격으로 보아 국회개조의 과제, 사죄하고 깨어날지 두고 볼 일이다. 세상에 미워해도 될 사람은 없으나 무시할 사람은 있다. 금배지를 '돈 나오는 요술상자'로 착각하는 선량들, 2년 뒤 우후죽순처럼 계산기 두드릴 착각을 국민이 뭉쳐 조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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