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광호 편집부국장 |
"괵나라와 우나라는 한몸과 같아서 괵나라가 망하면 우리도 망합니다. 옛 속담에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脣亡齒寒)고 했습니다. 이는 바로 우리와 괵나라 관계를 말한 것입니다. 결코 길을 내줘서는 안 됩니다. 그 다음은 우리를 공격할 것입니다."
그러나 헌공이 보낸 보물에 눈이 먼 우공은 이를 듣지않고 허락했다. 앞날을 예감한 궁지기는 "우리나라가 올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며 가족과 함께 우나라를 떠났다. 궁지기 예견대로 괵나라를 정복한 진나라는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까지 빼앗았다.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오는 얘기다.
이처럼 서로 어울리고 공존하면서 의지하는 관계, 없으면 서운한 관계를 나타내는 말로 순망치한을 곧잘 쓴다. 정작 있을 때는 몰랐지만 없으니까 아쉽고, 알게 모르게 서로 돕고 사는 것임에도 평소 이를 모를 때 인용하면 제격이다.
최근 청주시와 청주시의회가 이런 순망치한의 관계를 보여줬다. 남상우 청주시장은 지난달 29일 올들어 처음 일어난 신봉동 백제유물전시관 뒷편 산불 때 누구보다 앞장 서 열심히 불을 끈 본청 k계장을 포상휴가 보내기로 했다. 일요일임에도 상황을 곧바로 시장에게 알린 뒤 본인도 직접 나서 몸을 아끼지 않은걸 칭찬하는 공로휴가다. 이 때문에 시청 주변에서는 "참 좋겠다"는 부러움에서부터 "나도 다음번에는 시장님 앞에서 얼쩡거려야겠다"는 우스개소리 까지 다양하게 나왔다.
겉으로는 웃으며 던진 농담 같은 말이지만 그 속에는 "똑같이 고생했는데 누구만 좋은 소리 듣고 포상 받느냐"는 뼈 있는 언중유골이었다. 그만큼 그날 산불사건은 올해 처음 일어나 긴박감과 함께 많은 얘깃거리를 남겼다.
이후 잠잠하던 이때 얘기가 지난 13일 청주시의회에서 다시 거론됐다. 제 281회 임시회 회기 중인 이날 박상인 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똑같이 불 끄느라고 고생했으면서 누구만 상을 받는다는게 형평성을 잃은 처사로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상을 받은 사람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한 게 인정 받은 것이기 때문에 그들을 대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체가 미안한 감이 있다"며 "그렇지만 논공행상이 조직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하더라도 이번 경우 자칫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았나 되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 사건을 두고 시청 주변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나왔던 점을 비춰 볼 때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물불 안 가리고 시민의 재산을 지키려고 뛴 직원을 본보기로 칭찬한 시장, 행여 이것이 형평성을 잃을까 우려해 한마디 충고를 한 시의원 모두 할 일을 한 것이고 할 말을 했다.
청주시와 시의회가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게 아닌, 더 나은 지역발전을 위해 서로 있어야 하고 없으면 허전한 순망치한의 관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