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일보 장중식 논설위원] 아시안게임 일정이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선수들의 병역면제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축구와 야구는 물론, 해외언론까지 언급할 정도로 한국의 병역면제는 비상한 주목을 끌었다. 경기초반 예선전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한 한국축구가 16강을 확정짓자 영국 언론 '더 선'은 "손흥민의 득점이 한국을 16강으로 이끌었다"며 "만약 금메달을 획득하면 병역을 피할 수 있다"고 전하기까지 했다.
축구와 마찬가지로 대회 1차전에서 대만에 충격의 1패를 당한 야구 대표팀에 대한 비난도 만만치 않다. 축구와는 달리 선수단 구성 당시부터 엔트리에 선발된 특정선수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던 터라 병역면제 논란의 불씨를 더욱 키웠다.
병역 특례 제도는 2014년 10월 국방위원회의 병무청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당시 인천 아시안게임의 야구 종목에 특정 선수가 부상을 숨긴 채 합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팀은 금메달을 따면서 결과적으로 병역 면제를 받게 됐다. 당시 국회의원들은 예술·체육 분야의 병역특례를 주기 위해서는 유명 대회에서 한 번 입상한 것으로 할 게 아니라 누적 점수제로 해야 된다, 국가대표에 발탁된 기간 자체를 군 복무기간에 포함시키자는 법안을 냈지만 형평성 논란으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한 의원은 소외지역에서 지도자로 봉사하는 등 재능 기부를 의무화하자는 법안을 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성적을 거두자 향후 월드컵 16강 이상 진출 시 병역 혜택을 주도록 법령이 개정됐다. 하지만 비인기 종목과의 형평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관련 법령은 2007년 말 폐지됐다.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혜택을 주는 병역법이 만들어진 건 1973년. 하지만, 군 면제혜택이 국위선양이냐, 병역기피수단이냐는 논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굳이 스포츠 종목에만 국한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류에 공헌하는 아이돌이나 외화벌이에 앞장서는 기업인에게도 같은 논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국위선양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추구하는 경기가 더 이상 병역면제 수단으로 오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문제점이 있다면 고치고 보완하면 된다. 징병제를 유지하는 한반도 정서상 타 국가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사안지이지만, 이제부터라도 보다 많은 국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만이 4년마다 되풀이 되는 병역면제 논란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