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현 연구관(국립중앙과학관)
오늘날 건축 기술의 밑바탕
큰돌 문화의 상징인 고인돌은 선돌과 함께 유럽, 지중해연안, 인도와 동남•동북아시아 등 주로 바다에 인접한 세계 전역에 분포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우리나라의 고인돌은 대동강유역의 1만 여기와 전남지방의 2만 여기 등, 수만 여기가 내륙은 물론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전 지역에 퍼져 있어 세계 고인돌문화의 중심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인돌은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지석묘(支石墓)라 부르며, 중국에서는 석붕(石棚)이나 대석개묘(大石蓋墓), 그 밖의 다른 지역에서는 돌멘(dolmen)이나 거석(巨石, megalith)이라 부른다.
고인돌의 기능은 무덤과 제단의 기능으로 분류되는데, 죽은 사람을 묻기 위해 만든 '무덤고인돌' 이 대부분이다.
형식은 밖으로 드러난 덮개돌을 받치고 있는 굄돌에 따라 탁자식(북방식), 바둑판식(남방식), 구덩식(무지석식) 고인돌로 나누어지며, 덮개돌 밑에 있는 무덤방의 짜임새는 만든 방법과 재료에 따라 여러 형태가 있다.
고인돌은 주로 강을 낀 낮은 구릉지대, 주변의 자연지세에 알맞은 골짜기 방향이나 강 또는 해안선을 따라 위치하고 있다. 수적으로 많이 분포하는 평안도•황해도•전라도 지역은 서해안에 인접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바다와 고인돌사이의 연관성을 상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고인돌 축조과정을 살펴보면 당시의 축조기술이 오늘에 못지않았음을 알 수 있다. 고인돌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큰 돌을 마련해야 한다. 큰돌을 구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바위의 결을 찾아 홈을 파고, 그 홈에 나무쐐기를 박은 뒤, 물을 부어 며칠 밤을 지낸다.
그러면 물에 불어 부피가 팽창한 나무쐐기 때문에 바위가 쪼개진다. 현재에도 강에 가까운 산의 바위에서 돌을 떼어내기 위해 파놓은 홈을 발 견할 수 있다. 쐐기로 쓰는 나무로는 부피 팽창률이 높은 박달나무가 가장 좋은것으로 조사 되었다.
그렇다면 쪼개어 놓은 커다란 돌을 어떻게 옮겼을까? 바퀴 역할을 하는 곧은 통나무 위에 편평한 판재를 깔고 그 위에 튼튼한 줄로 묶은 고인돌을 올려놓는다. 그런 다음 여럿이 지렛대로 밀고 앞에서 당기면 효과적으로 이동시킬 수있었다.
겨울철에는 얼음과 눈의 미끄러운 성질을 이용해 옮기기도 한다. 실제로 50t의 돌을 옮기는 데는 체중 60㎏인 사람 50명이 지름 20㎝의 통나무와 판재를 깔고 굴려 옮길 수 있다. 돌을 옮긴 뒤에는 받침돌을 세우는데, 구덩이를 판 후 끈과 지렛대를 이용해 밀어 넣어 세우면 된다.
받침돌이 마련되면 그 높이까지 흙을 쌓아 언덕을 만든 뒤 덮개돌을 통나무 바퀴와 판재를 이용해 받침돌 위에 올려놓고, 묻힌 흙을 파내면 받침돌이 드러나 고인돌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옛 사람들이 돌의 성질과 지렛대의 원리는 물론이고, 굴림 막대가 바퀴의 역할을 한다는 것, 그리고 나무가 물을 흡수하면 팽창한다는 점 등을 훤히 다 깨닫고 있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서로 돕고 사는 공동체 생활도 큰 몫을 했다.
오늘의 첨단기술에 젖어 사는 우리는 가끔 지금의 시각에 둘러싸여 그 옛날 수십 톤이나 되는 무거운 돌을 기중기와 같은 장비 없이 어떻게 옮기고 쌓았을까? 하고 의아해하면서도, 축조시의 과학슬기를 접하곤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건축기술의 바탕이고인돌축조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윤용현연구관(국립중앙과학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