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7년 7월 5일
'내신(학생부) 50% 실질 반영'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던 교육부와 대학 측이 타협점을 찾았다. 김신일 교육 부총리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은 어제 모임을 갖고 내신 반영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수험생들의 불안을 어느 정도 가시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부는 이날 공동 발표문에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대학 측은 내신 위주의 입시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내년도 입시부터 내신 반영비율을 '사회가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2008학년도부터 당장 50%를 반영해야 한다던 교육부가 다소 유연한 입장을 보인 셈이다. 잘한 일이다.
갈등의 단초는 대학 측이 제공했다. 내신 9개 등급 중 상위 1-4 등급을 모두 만점 처리하는 등 실질 내신 비중을 줄이려 한 것이다. 문제는 대학 측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는 데 있다. 고교 간 학력 차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신 반영률을 너무 높이면 변별력을 가질 수 없지 않은가. 일부 고교에서는 내신을 조작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니 내신을 입시 전형의 평가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는 대학 측의 항변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감정적으로 대응해 문제를 키웠다. 내신 50% 실질 반영, 상위 등급 점수 차등화, 전형 계획 조기 제출 등을 내세우며 행정적·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사실상 반협박을 한 것이다. 평교수들까지 일제히 나서 '정부 방침 철회'를 외치는 빌미를 제공한 격이다.
교육부와 대학이 입시 전형을 놓고 갈등하면 피해를 입는 건 애꿎은 수험생들이다. 이견이 있다면 대화를 통해 사전 조정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대학 자율을 실질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길 당부한다.
정부 주도의 교육 정책은 이미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내신 반영 비율 확대만을 요구할 게 아니라 내신이 공정한 평가기준이 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