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음주 등에 의한 항문질환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있으면서도 드러내기 껄끄러운 것이 치질이다. 치질의 원인은 다양하나 주로 과도한 스트레스, 음주 혹은 성관계로 인하여 발병하기 때문에 현대인이 노출되기 쉬운 질환이다. 치질전문병원들이 성업인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소장에 열이 있으면 반드시 치질이 생기고, 대장에 열이 있으면 대변으로 피가 나온다고 하였다. 음식을 절제하지 않고 생활에 절도가 없거나, 취하거나 과식한 뒤에 성생활을 하거나, 음란한 마음으로 성관계를 지나치게 하면 항문질환이 생기기 쉽다.

한의학에서는 오랜 기간 치질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치료해왔다. 외형을 기준으로 세밀하게 24종으로 분류하여 치료하기도 하나, '동의보감'에서는 원인과 형상을 대별하여 8종으로 나누어 치료하고 있다. 맥치(脈痔), 장치(腸痔), 기치(氣痔), 혈치(血痔), 주치(酒痔), 모치(牡痔), 빈치(牝痔), 누치(瘻痔)이다. 크게 내외로 나누기도 하는데, 맥치·장치·기치·혈치·주치는 내에 속하고, 모치·빈치·누치는 외에 속한다.

맥치는 항문에 종기가 알알이 나와 아프고 가렵다. 장치는 항문 속에 멍울이 있고 한열이 왕래하며, 화장실에 가면 탈항(脫肛)이 되기도 한다. 탈항은 폐신(肺腎)이 허하거나, 기운이 크게 떨어졌거나, 폐가 한사에 감촉되어 발병하기도 한다. 출산 후 탈항이 되는 것도 기혈이 크게 손상되었는데 산후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생긴 것이다.

기치는 걱정거리나 두려운 것이나 성낼 일이 눈앞에 닥치면 바로 붓고 아픈 것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여성들에게 잘 생긴다. 기가 막히거나 울체된 것이니 급히 기를 뚫어주어야 한다. 혈치는 대변을 볼 때마다 맑은 피가 나오면서 멎지 않는 것이다. 하혈하는 피가 맑고 선명한 것을 장풍(腸風)이라 하고, 피가 탁하고 색이 어두운 것을 장독(臟毒)이라 한다. 장풍은 풍습 외사가 침입한 것이고, 장독은 내부에 열독이 쌓인 것이다.

주치는 술을 마실 때마다 붓고 아프고 혹 하혈하는 것이다. 주독이 쌓여 생기는 것으로 주독을 풀어야 한다. 모치는 항문 주위로 둥근 군살이 돋아나는 것으로 그 모양이 쥐의 젖꼭지 같고, 때때로 피고름이 터져 나온다. 빈치는 항문 주위에 창이 생기고 부어서 튀어나오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개씩 고름이 터져 흩어진다. 누치는 치질이 점점 퍼져 습하고 짓무르며, 오래되면 그 사이에서 벌레가 생겨 대장을 갉아먹어 구멍을 내기도 한다. 치루(痔漏)라고도 하는데, 치핵이 터져서 생긴다. 특히 벌레가 있을 때는 충치(蟲痔)라고도 하는데 매우 가렵다. 항문이 아픈 것은 화(火)로 인하여 생긴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성관계를 맺으면서 억지로 사정하지 않아도 발병한다.

항문은 백문(魄門)이라 하여 혼백이 드나드는 문이다. 항문이 열리면 혼백이 빠져나가므로 조심해야 한다. 임종 시에는 혼백이 빠져나가므로 항문이 열리게 된다. 항문을 억지로 열어 검사하는 대장 내시경이나 항문을 통한 성관계 등이 인체에 해로운 것은 혼백이 상하기 때문이다.

치질이 생겼다고 수술을 하는 것은 매우 격이 낮은 대처 방법이며 건강을 더욱 상할 수 있다. 수술은 치핵 등을 제거하여 일견 치료가 된 듯하나, 원인이 제거된 것이 아니므로 재발되기 쉽고 재발되면 그만큼 치료가 더욱 어려워진다. 소장과 대장에 열이 쌓인 것이 원인이므로 생활을 되돌아보아 개선하고 찬 음식, 열이 많은 닭고기, 밀가루 음식, 메밀면 등을 피하고 성관계를 삼가며, 한약과 침·뜸으로 소장과 대장의 열을 제거하면 근본을 다스릴 수 있다.

▲ 박 성 규 예올한의원 원장 본보 한의학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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