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학년 초에 학교 노력 중점에 대하여 논의하면서 특색 사업으로 '질문이 있는 교실'을 선정한 적이 있다. '정답 찾기보다 창의적인 생각이 살아 있는 교실, 일방적 전달보다 상호 소통이 활발한 교실, 서로 협력하고 토론하며 함께 생각하는 교실, 무기력하지 않고 활기가 넘쳐나는 교실'을 만들고자 하였다.

질문이 있는 교실에 대해서는 이미 광주, 제주교육청의 지속적 연구로 질문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본성이 발견된다고 보았다. 아울러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으며, 자존감과 자발성을 키울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질문이 있는 교실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 접근 방안을 마련하였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 폐막식'에서 폐막 연설을 하였다. 당시 우리나라는 개최국으로서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여 국제적 찬사를 받았으며 폐막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주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기자들은 아무도 질문하지 못했으며 몇 분간의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당황한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이 전파를 타고 전해졌으며 우리의 교육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의 지식 주입식 교육에서는 질문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왔다. 교사가 질문을 하더라도 학생들은 답변을 잘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질문하는 자체를 부끄러워한다. 이는 어려서부터 가정이나 학교에서 질문을 통한 대화나 토론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르트르는 "질문은 인간이 세계에 탐구적으로 관계하는 원초적인 행위"라 하였다. 질문은 무지라는 상황과 더 알고 싶다는 욕구가 통합된 것이다. 인류의 문화는 이러한 질문과 답변에 의하여 진보하고 발전해 왔다. 이러한 질문의 몇 가지 기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질문은 정보를 습득하게 하고 의사소통을 만들어 낸다. 질문은 답변을 요구하고 답변은 다시 질문으로 이어진다. 둘째, 질문은 합리적 사고를 유도하며 친교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과정은 대화를 지속시키며 논의 장을 만들어낸다.셋째, 질문은 자신의 사고를 재정리할 기회를 갖도록 하여 통합적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질문으로 말미암아 자신의 관점을 벗어나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도서관은 간혹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 날 뿐 정적이 흐르는 분위기로 일관한다. 반면에 이스라엘 예시바 대학의 도서관에서는 2명씩 짝을 지어 목청을 높여 토론하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도서관이 독서실의 역할을 넘어 질문과 토론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엄마들은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늘 선생님 말씀 잘 들었어?"라고 말한다. 유대인 엄마들은 "오늘 수업 시간에 어떤 질문을 했어?"라고 묻는다. 유대인들에게 공부란 우리가 금과옥조로 삼는 석차가 아니라 '참신한 질문'이 대신하고 있다.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미래를 살아갈 주인공이다. 질문이 있는 교실은 이들에게 질문과 토론으로 배려하고 협력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민주시민의 역량을 길러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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