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장애인의 날을 전·후해 각 자치단체나 관계 기관·단체가 행사를 갖고, 장애 체험을 하는 등 호들갑을 떤다.
평소 관심 밖의 그들에게 보상이라도 하듯 하룻 만이라도 관심 끌기 위한 다양한 '액션'이 앞다퉈 펼쳐진다. 올해도 이 같은 '면피성 통과의례'는 어김없이 재연됐다.
장애인의 날에 맞춰 세간의 관심이 집중돼서 인지, 아니면 평소의 무관심에서 그 날만이라도 관심 있는 척이라도 하기 위해서인지 각 언론도 약속이나 한 듯 장애인의 날에 맞춰 특집 기사나 가슴 뭉클한 다큐멘터리를 쏟아낸다.
그렇지만 그 것도 잠시, 약속이나 한 것처럼 며칠만 지나면 금세 장애인에게서 멀어진다.
우리 국민들의 '냄비근성'을 방증하 듯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장애인의 날 앞·뒤로 쏠렸다가 바로 사라지고 만다.
이 같은 '반짝 관심'이 평생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그들에게 오히려 상처가 되지 않을 까 하는 우려에 마음이 편하지 않다.
- 장애에 대한 편견부터 사라져야
최근 보건복지부가 비 장애인 성인남·여 509명을 대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장애인은 아이와 같다. 장애인에게 지나친 기대를 해서는 안된다. 장애인은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비 장애인들의 이 같은 인식이 바로 '편견'이고, 이는 곧 '차별'로 이어져 비 장애인과 장애인 간의 심리적 거리를 만들게 된다.
'우리'가 아닌 '남'이라는 벽이 생기지만 장애는 결코 딴 세상이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현재는 아닐지 몰라도 언제든 나 자신 뿐 아니라 가족, 내 주변이 될 수 있다.
선천적 장애는 일부에 불과할 뿐 상당수가 사고나 질병 등 갖가지 사유로 인한 후천적 장애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고, 내 생활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조금만 관심을 더 갖고, 세심하게 배려한다면 비 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의 벽은 허물어져 자연스럽게 '남'에서 '우리'가 될 수 있다.
어제 청주에서 가슴 뭉클한 장면이 연출됐다.
난치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삶의 희망과 투병의 의지를 회복시켜주는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과 '역사의 증인'충청일보가 마련한 '난치병 친구들을 위한 희망의 국토 종단'. 휠체어와 도보로 지난 13일 해남 땅끝마을을 출발한 배재국군(14·대전 옥계초 5년)과 아버지 종훈씨(44)가 청주에 도착했다.
지난 2007년 부산에서 서울까지 국토 종단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들 부자는 아픈 어린이들을 돕고, 관심을 끌어주기 위해 두번째 국토 종단에 나선 것이다.
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난치병으로 몸이 점점 굳어져 가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으로 전동휠체어와 도보로 오는 5월3일 임진각까지 이동하는 재국이 부자(父子)가 청주의 난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특정 기일을 전·후해 반짝 관심에 그치고 있는 우리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의 메시지를 던져준 것이다.
- 장애에 대한 정확한 이해 필요
장애인의 날이 6일 지났고, 장애인의 주간도 어제로 끝났다.
장애인의 날은 해마다 한번 오는, 그저 장애인을 한 번 더 떠올리는 그런 날이 아니다.
그들에 대한 이해를 깊게하고 그들이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한 법정 기념일로 우리 모두의 날이 돼야 한다.
해당 일에만 반짝하는 단발적인 관심 끌기가 아닌 장애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차이와 차별에 대한 개념을 좀 더 명확히 하고, 비장애인들이 장애를 올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장애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바로 서 지금의 비뚤어진 시선과 편견이 사라져야 한다.
장애인들에게는 보다 따뜻한, 보다 살만한 세상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내년 이 맘 때는 사랑과 희망이 넘친 장애인 주간이 됐다는 글을 썼으면 좋겠다.
| ▲ 김헌섭교육 체육부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