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가끔, 하늘은 무채색 천으로 가리고 / 잠시 뒤 보일 햇빛 준빌 한다./ 바다는 바다대로 물감 풀어 / 하늘 흉내 내지만 / 떴다 떨어지는 파도에 꼭 한 뼘 짧다. / 바다 위 하늘이지 / 어디 하늘 위 바다 봤나./ 필자의 시 '어리석음' 전문이다. 2008베이징 올림픽에서 '여자 헤라클라스 장미란'의 한국 여자역도 사상 첫 금메달, 장하고 멋진 인간 승리로 몇 번씩 되돌려도 자지러진 탄성을 뿜어댔다. 대회가 끝난 후 소감을 묻자 "어릴 때는 역도를 한다는 것을 숨기고 싶었으나 더 빨리 시작하지 못한 게 아쉽다."며 바벨보다 무거운 꿈의 도전·소질계발·특기적성·조기교육 과제를 던졌다.

필자가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시절 당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특강을 들은 적이 있다. 경영학 박사의 학식 플러스 현장 문제와 대안을 통렬하게 달변으로 풀어 좌석을 꽉 메운 청중은 전혀 토를 달지 않았다. 그 후 문재인 정부 첫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올랐다. 필자는 4년 전 리얼했던 기억으로 환영하였다. 취임사 역시 희망을 불렀다. "무너진 교육사다리를 복원, 누구에게나 공평한 학습사회 구현과 보편교육 체제를 확고히 하면서 국민과 교육주체의 뜻을 제대로 담아내는 절차와 과정 마련"이 골자였다.  지식 넣기 반복훈련과 점수 올리기에 헛기운 빼지 않을 다양하고 질 높은 단위학교 자율화 갈래까지 자율 변화가 예상됐다. 엄청난 입시경쟁 사슬도 끊을 수 있는 '사람 중심 교육' 세상의 역량 쯤 기대치를 두었다.

그러나 최근 확정 발표한 대학입학제도 개편안은 오히려 입시 혼란만을 자초, 수렁은 더욱 깊어졌다.  뜬금없는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원회'란 무책임한 출발부터 도마에 올랐으나 전혀 개의치 않았다. 마이웨이(my way) 행보의 덫으로 착각한 건가. 수능위주전형 비율을 30% 이상 확대, 기존 영어 및 한국사에 이어 제2외국어와 한문 과목을 추가한 절대평가 전환 및 2022년 전면 도입 예정이던 고교학점제도 본격 시행을 현 정부 임기 이후(2025년)로 미뤘다.

얼핏 보아 불길을 잡은듯하지만 '백년 지 대계'란 긴 사이클의 무책임한 후퇴다. 시도교육감들 마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일파만파 8.30 개각에서 명강사·명교수·명교육감 교육골수 직함조차 어리바리하게 만들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배지 프리미엄을 업고 교육부 수장으로 낙점된 유은혜 국회의원, 자세히는 모르나 껄쩍지근한 문제가 수두룩하게 들춰져 국회청문회 미달 학점을 받고도 거뜬히 입각했다. 1년 남짓 명패 수명에 100년을 몸살 할 교육의 불안감, 제동과 볼멘소리는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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