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충북정론회 회장·충북대교수

[이장희 충북정론회 회장·충북대교수]  남북평화를 위한 갈구가 큰 만큼 실망도 클 수 있다. 요즘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경의선 철도 북측구간 공동현지조사가 시작되고 동해선 공동조사, 철도 도로연결 착공식 등 남북 관통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계획되어 있다. 공동경비구역에서 비무장화 조치로 적대적 병력철수가 이루어지고, 개성공단이 곧 재가동될 듯한 착각에 빠져들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도 NLL에 대한 모호한 태도, 미북정상회담의 무기한 연기, 남북경제교류의 제재대상여부, 국가안보전략에 대한 개념차이, 북한의 국가지위인정여부 등이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처럼 성숙되지 못한 상황이지만 북핵폐기든 비핵화든 우리는 병들어가는 경제를 치료해야만 한다. 지금 시급한 처방을 하지 않으면 중병이나 암에 걸려 식물인간상태로 갈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남북경제협력이 대북 퍼주기식 굴욕이 아니냐는 논란과 대북제재에 역행하는 한국과 미국의 갈등 우려 등이 상존하는 가운데 경제상황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각이 비관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결과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가 99.5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상승과 주가급락이 겹치면서 발생했지만 경기선행지수도 계속 하락하고 기업경기실사지수도 90을 기록해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가 없다. 일자리 창출에 심혈을 쏟고 있지만 공공단기 대책 건수 이외에 실제 일자리는 줄고 있고 장기실업자는 최대수준으로 고용시장이 쥐죽은 듯 조용하다. 일부는 정부의 단순노동이나 땜질식 처방에 의한 단기 일자리대책 때문이라고 하지만 장기적인 플랜이 없다는데 더 큰 문제점이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의 일자리예산이 전용되어 집행되는 것만 봐도 미래지향적인 일자리 대책은 없다고 본다. 그 이유는 기업의 일자리 창출이 기본인데 기업조차 일자리에 관심을 갖지 못하고 최저임금, 52시간의 탄력적 운용문제, 노사갈등문제 등 노무관리도 벅찬 것이 현실이다. 최대 조선강국이 좌초되고 해운산업 구조조정으로 어렵게 탄생된 현대상선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현대차 등 주요 자동차회사도 최악의 실적부진에 빠져 영업이익률이 낮고 일부는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수출급감과 내수시장침체의 타격을 받아 완성차업체의 위기도래로 연쇄 타격이 된 자동차 부품업체의 긴급수혈 1조원도 허사가 될 판이고 단순 금융지원은 단기간의 연명일뿐 당장 수술해야할 상태라는게 중론이다. 자영업의 몰락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활황을 보이는 업종이 없다.

투자부진이 이어지며 9년만에 성장률이 최저를 기록하고, 대북제재경계로 외국인의 주식 팔아치우기에 투자자 손실과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하고 미중무역전쟁 여파로 한국수출이 치명타를 입고 있다. 경제전선에 휘몰아치는 폭풍전야에 새로운 일자리창출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극한 상황이다.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것도 좋지만 국가가 부담해야 할 연금부채가 21조원 늘어나고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으로 국민이 부담해야할 전력비용이 146조원이라고 한다. 우리 자식들에게 빚 청산을 맡길수는 없지 않는가.

남북평화무드에 집착한 나머지 ‘미국을 멀다하고 북한과 밀월관계’를 갖는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고 기업을 독려해 일자리 창출을 꾀해야 한다. 하방위험성과 불확실성이 위험으로 다가오기 전에 치유해야 하고, 그래서 우리 경제가 살아야 남북경협도 가능하고 공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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