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영 서원대 교수

 

[황혜영 서원대 교수] 올 초 프랑스여행 마지막 방문지 니스에 갔을 때다. 니스 해변 산책로에서 오전 내내 거닐다 니스 옛 마을로 들어가 보았다. 마침 오전에만 서는 장이 막 파하기 직전 전이었다. 니스 음식, 꽃, 비누, 아몬드 반죽으로 만든 갖가지 모양 과자, 생선, 소시지, 치즈, 올리브 열매 등이 풍성하게 쌓여 있는 장을 둘러보고 시장 맨 끝에서 라벤더 꽃이 담긴 향주머니를 샀다.

다양한 크기의 천주머니들이 있었는데 좀 큰 것에는 실제 매미만한 마스코트 매미가 붙어 있었다. 매미가 붙은 것은 없는 것보다 좀 더 비싸 만지작거리다 매미가 없는 작은 주머니들을 여러 개 샀다. 계산하는 곳 안쪽에 보니 마스코트 매미만 가득 든 통이 있었다. 매미 주머니를 안 샀더니 왠지 매미가 아쉬워 주인에게 매미도 파는지 물어보니 매미는 파는 게 아니라 페브릭에 붙이기 위한 것이라고 하며 고맙게도 매미 두 마리를 그냥 주셨다.

동네를 걷다보니 누가 가게 안 벽에도 커다란 세라믹 매미가 걸려 있어 신기하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매미가 프로방스를 대표하는 상징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매미가 프로방스의 행복을 방문객들에게 선사한다고 믿는다. 누가 상점에서 본 세라믹 매미가 전형적인 프로방스 매미 마스코트였다.

매미는 곤충 중에 유독 소리가 크다. 게다가 수컷 매미들은 한꺼번에 떼창을 하니 소리가 더 시끄럽다. 25도보다 기온이 낮으면 소리 내는 막의 신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워야 매미가 세게 운다. 여름에 상대적으로 덜 더운 북프랑스 파리에서는 매미가 딱히 유명하지 않은데 남불 프로방스에서 매미가 유명한 것이 이 때문이다.

프로방스에는 매미에 깃든 전설도 있다. 옛날 두 천사가 프로방스에 바캉스를 왔는데 더운 여름날 거리는 텅텅 비어 있고, 정원과 건물은 관리가 안 되어 있어 궁금해서 그 지역 교회 신부님을 찾아 갔다. 신부님도 교회 뒤 올리브 나무 아래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천사들이 신부님을 흔들어 깨워 사정을 물었더니 신부님은 프로방스가 엄청난 태양의 축복을 받다보니 오후까지 일 할 필요가 없어서 낮잠을 잔다고 설명한다.

낮잠에서 깨고 나면 저녁 시간이고 저녁 먹고 나면 너무 늦어 일을 못한다는 것이다. 천사들은 당장 이 사실을 하나님께 고자질하러 갔는데, 하나님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매미라는 곤충을 만들어놓았다고 하신다. 프로방스에 매미를 보내면 사람들이 시끄러워 도저히 낮잠을 잘 수 없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예상과 달리 매미소리는 프로방스 사람들을 낮잠에서 깨우기는커녕 그들의 자장가가 되어주었고 프로방스의 행복을 상징하는 마스코트가 되었다.

프로방스 매미 마스코트는 1895년 루이 시카르가 세라믹으로 만든 올리브 나뭇가지에 앉은 매미가 그 시초다. 시카르는 매미가 앉은 올리브 가지에 프로방스의 대표 문인 프레데리크 미스트랄(1830~1914)의 프로방스어 문장 'Lou Souleu mi fa canta(태양이 나를 노래하게 한다)'을 새겨두었다.  우리집 텔레비전 받침대 위에는 아주 우연히 나를 따라와 준 프로방스 매미 두 마리가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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