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홍균 교육·문화부장

 

[신홍균 교육·문화부장] 충북지역 사립유치원의 '처음학교로' 참여를 둘러싸고 도교육청과 사립유치원 간 대립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직권남용' 혐의로 교육감을 고소하는 내용의 고소장을 청주지검에 제출하자 교육청 측이 미참여 유치원에 대한 제재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즉각 밝혔기 때문이다.

'처음학교로'는 유치원 입학신청·추첨·등록을 모두 온라인에서 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공 뽑기' 등 현장 추첨에 온 가족이 동원되는 불편을 덜고 학부모의 정보 접근권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사립유치원들은 학부모들이 국·공립 유치원에 몰리고 자신들은 들러리만 서게 될 것이라며 참여를 꺼려왔다. 표면적인 이유는 이렇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운영 내역 등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장 크다는 게 중론이다. 원장들의 의도야 어떻든 간에 기록 상으로 보여지는 내용이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도교육청은 미참여 유치원에 대해 학급 운영비 전액과 교원 기본급 보조 50% 삭감 등 초강수를 뒀고 이에 사립유치원 관계자 200여 명은 지난 15일 도교육청에서 밤샘 농성을 벌였다. 이 정도의 인원이 몰린 건 자신들의 급여에까지 손을 대겠다는 데 '열 받은' 유치원 교사들이 대거 합류했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시쳇말로 '강하게 나가면 깨갱 하겠거니' 했을 법 하지만 앞서 강수를 둔 경기도와는 다른 상황임을 간과한 듯 하다. 교육청 안팎에서 법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된 이 같은 상황이 충분히 예견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야 하는 도교육청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법적으로는 교육청이 불리해 보인다. 일단 처음학교로 참여는 각 사립유치원의 자율 결정 사항이다. 게다가 충북의 경우 처음학교로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행·재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관련 조례가 아직 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헛발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그렇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교육청의 초강수 역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직권남용'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다.

이 상황을 도교육청이 어떻게 풀어갈지는 더 두고봐야 하지만 지역의 사립유치원 측도 왜 여론이 사립을 좋게 보지 않는 가를 고민해봤으면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유총 주관으로 열린 '사립유치원 이대로 지속가능한가' 토론회를 보면 답이 나온다. "정부지원금으로 명품백 사는 건 죄가 아니다"라는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장의 발언에 참석한 한유총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던 그 자리 말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