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의사 면허증 없어도 /등 두드려 /용케 트림을 끌어내는 어머니 /동치미 담그는 날, 잘 생긴 무우 골라/ '가을 인삼'이라며 입가가 벌겋도록 먹이고 /트림을 막던 어머니 /숨 멈추고 참다가/ 그만 모르는 사이"그윽" /효험은 멀어지고. "트림하지 말아라" /첩약도 알약도 아닌 것으로 보약을 주셨다. / 어렸을 적, '보약'보다 낫다며 실한 무를 골라 여덟 자식 차례차례 입에 넣어 주시던 어머니와의 추억으로 빚은 필자의 시 '트림' 전문이다.

지난여름 귀하신 대접받던 채소, 가을밭마다 넘친다. 김치는 미각·촉각·시각은 물론 영양상 식물성과 동물성을 포함한 완전 영양식품으로 2001년 국제식품규격 승인 받은 우리나라 최고 전통식품이다. 그런데 몇 해 전, 아이들은 "조리사님 김치 안 먹을래요." 급식소 저항으로 번졌다. 김치 쪼가리를 식판에 받고도 대부분 잔반 처리했다.

사태의 단초 제공은 한국인 식단을 쥐락펴락한 저질 중국산 수입김치에 있었다. 최저 단가를 맞추느라 도저히 사람이 먹을 거라곤 상상 못할 불결한 관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져 국민공분을 산 게 아닌가. 김치 거부는 1년 넘게 계속 돼 밤샘하던 식품 공장까지 문 닫은 채 일손 놓고 들녘에서 썩어가는 배추와 무를 바라봐야만 했다.

김치 재료인 고추 역시 그렇다. 중국산 냉동고추에 밀려 국내 영농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자료(2017년 8월~2018년 7월)를 보면 2017년산 우리나라 마른고추 생산량 88% 물량이 냉동고추 형태로 거의 중국에서 수입되었다는 부끄러운 통계다. 더욱이 올해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양념값까지 폭등, 다시 수입량이 증가하면서 김치 재앙 개연성마저 엿보인다.

엉뚱하게도 일본 기무치(김치) 캡사이신 성분에 다이어트 및 운동지구력 효능을 내세워 여성들 인기 식품으로 판세를 급등시킨다. 그들의 음식문화가 재료 향과 맛, 신선이 브랜드라면 우리 김치는 발효를 앞세운 건강 에너지 종주국 맞다. 기존의 타성을 버리지 못하면 바닥 경기를 살리기란 몇 배 힘겹다. 그만큼 김치 생명은 심각하다. 변화와 흐름을 타야 결국 생태계를 살아남을 숙명 아닌가.
 
 속임수를 쓰다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던 기억을 잊었나 보다. 군수가 보증한 '횡성한우 품질 인증 마크'이력 번호 확인 결과 횡성 아닌 우리고장 청주였다는 충격적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청주한우는 축사문제로 매를 맞듯 여러 차례 전국 뉴스에 올랐을 뿐, 충북도민들은 청주산 한우를 먹으러 150km 횡성을 오가지 않았던가.

특히 웰빙시대 농·축산업과 소비자 수준을 '눈감고 아옹한' 셈이다. "얘들아, 청주 한우에 우리김치를 얹어서 맛있게…"  김치의 자긍심과 세계화에 올인하지 않고서 내일이란 기약은 무의미하다. 괴산지역 절임배추의 경우, 최근 6년 연속 20kg 한 상자 가격을 3만원으로 동결했다. 작목반과 지자체 등 명품화 자구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가쁜 숨의 진심은 통하게 마련이다. 어쩌면 '청주 한우' 브랜드도 기회가 왔다. 청주의 일등경제를 앞당길 효자 상품임을 예고 받는다. 대한민국 최고 먹거리로의 등극을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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