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ABC농업비즈니스컨설팅 대표

 

[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ABC농업비즈니스컨설팅 대표] 요즘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이란 용어를 매스컴이나 책을 통해 수없이 접하게 된다. 말 그대로 일과 휴식의 균형을 맞춘다는 뜻이다. 즉, 장시간 노동을 줄이고 일과 개인적 삶의 균형을 맞추는 문화의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등장한 신조어다. 그러나 워라밸은 최근 새로 만들어진 단어가 아니다. 1970년대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고, 1980년대에는 미국의 ‘조직관리론’에서 언급되었으며 또한 인구정책의 대안이나 기업의 복지 개선을 통한 생산성 증대 전략으로 활용된 적도 있다. 이처럼 서구권에서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지만 한국 사회에서 최근 다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전문가들의 견해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 당시의 저성장과 고용 불안을 겪은 후 복구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워라밸 문화의 촉진은 우선 우리나라의 노동 현황을 살펴봐야 하는데 2017년 OECD 고용동향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평균 노동시간은 2,024시간으로 OECD 국가의 평균 노동시간인 1,759보다 265시간이나 많은 수치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근로자의 평균 야근 일수는 주당 2.3일, 주 5일 중 3일 이상 야근하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43.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저녁이 있는 삶’은 낯설고 ‘저녁 먹고 일하러 돌아오는 삶’이 익숙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렇듯 오로지 성공과 출세를 위해서 일에 빠져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은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삶의 질이 떨어지고 건강도 나빠지고 있기에 일중독(Work Holic) 혹은 성공과 출세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자신의 진정한 삶에 조금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서 워라밸 문화가 자연스럽게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워라밸의 진정한 의미는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 아니고 일과 나의 삶에 균형을 이루어서 미래를 위한 무한한 열정과 희생을 하기 보다는 현재 자신의 삶을 더 소중히 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에 답이라도 하듯이 우리 정부도 금년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2021년 7월1일 부터는 전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금년 9월 300인 이상 제조업체의 초과근로시간이 20.4 시간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시간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식료품 제조업체의 경우 41.0 시간으로 전년대비 13.5 시간이나 감소하는 등 7월1일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로제도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워라밸을 통해 자기관리를 위한 운동과 다이어트, 자신의 집을 가꾸는 일, 여행, 관광, 취미생활 등에 할애하는 시간이 늘어나게 될 것인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항은 바로 우리 농업경영과의 연관성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워라밸시대를 맞으면서 사람들의 여행관념도 보고, 먹고, 자는 여행의 일반적 관념에서 탈피하여 체험하고, 느껴보고, 알아보고, 학습하는 등의 키워드가 있는 여행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지난달에 열린 매경TV 주관 '혁신성장포럼'에서 '관광4.0시대'를 주목해야 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 포럼에서는 202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관광4.0시대가 발전할 것으로 예측하고 전 산업에서 이를 대비하는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이는 분명 우리 농업에서도 많은 혜택을 볼 것인데 때를 맞추어 불어 닥친 농업의 공익적 가치의 법제화 운동이 실현될 경우 농업현장은 워라밸 관광4.0 시대를 섭렵하는 주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호기에 와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농장을 아름답고 정감 있게 꾸미고 농촌의 경관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이미 잘 알려진 고창의 청 보리와 평창의 메밀밭과 같이 농작물과 야생화 등을 이용한 대규모 경관단지를 조성하고 그를 이용한 체험, 휴식, 먹거리 제공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야 한다. 농가에서도 팜 스테이와 팜 파티, 팜 투어 등의 이벤트를 위한 기반과 교육을 마련하고 도시 인근에 대규모 체험농장을 감성 있게 육성하여 도시민들의 주말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사회의 변화하는 트렌드를 잘 읽고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잘 수립해간다면 우리농업은 점점 더 좋아지는 산업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