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영 서원대 교수

[황혜영 서원대 교수] 올 한해 기억에 남는 낯선 경험 중 하나로 지난 11월 7일 서원대 예술관에서 열린 ‘앙상블 모멘텀’ 콘서트 가이드가 떠오른다. 함께 코티칭 융합수업을 하는 음악전공 교수님을 통해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편하게 생각했는데 막상 콘서트 날짜가 다가오자 점점 부담이 느껴졌다. 콘서트 때까지 연주자인양 마음을 졸였던 것 같다.

연주곡들을 유튜브에서 찾아 들어보고, 음원이 없는 것은 연주자가 녹음한 음원으로 들어보았다. 곡은 대부분 현대 클래식에다 초연인 곡도 있어 친숙한 곡은 별로 없었다. 음악 전공자가 아니라서 작품설명보다 감상 위주로 가이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곡의 느낌을 정리하려다보니 콘서트 보름 정도 전부터는 매일 한곡씩 집중해서 듣고 또 들었다. 평소와 달리 한 곡 한 곡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 듣게 되고 직접 콘서트로 들으면 어떨지 기대도 되었다.

콘서트는 크게 3부분으로 진행되었다. 전반부는 샤운 추의 <피에스트로바간자>,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3번>, 니콜라이 카푸스틴의 <8개의 연주회 연습곡 중 3번 토카티나>로, 중반부는 에이토르 빌라로보스의 <블랙스완의 노래>와 <브라질풍의 바흐 5번 아리아>, 허림 시에 곡을 붙인 윤학준의 우리 가곡 <마중>으로, 후반부는 틸로 메덱의 <낮과 밤 야상곡> 13번 곡 <후터린의 상자>와 최명훈의 <연노리 3>,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에스쿠알로>, 아델의 <헬로우>의 편곡으로 구성되었다.

하나의 곡 안에도 변화무쌍한 반전이 있어 때로는 긴장해서 집중하게 되고 때로는 안락한 소파에 파묻힌 듯 아늑하였다. 전체 콘서트도 빠르고 경쾌한 곡에서 시작해서 다소 느린 리듬 우수어린 고독한 감성의 곡들로 이어진 뒤 후반부에는 예기치 못한 반전이 두드러진 실험적인 곡과 익숙하고 파워풀한 아델의 곡으로 마무리되어 다양한 음악의 얼굴들로 풍성한 감성의 향연을 베풀어주었다.

곡을 들어보고 사회를 준비하고 콘서트를 기다리고 하는 동안 콘서트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은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눈치 챌 수 없는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라고 라디오에서 들은 적이 있는데, 바로 옆 사람도 눈치 채지 못하는 여행은 책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매혹이 아닌가 싶다.

음악도 그 중 하나다. 헤드셋을 끼고 군중 속에서 음악을 들으면서도 나만의 여행을 떠날 수 있지만, 패키지여행처럼 여럿이 함께 감상하는 콘서트에서도 곁에서도 모르는 자기만의 감동으로 채워지기는 마찬가지다. 같이 이동하고 같은 풍경을 보면서도 자기만의 추억을 쌓아가는 그룹여행처럼 함께 음악을 들으면서도 우리 내면에서는 옆 사람조차 짐작할 수 없는 감성여행을 누리게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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