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제397조 제1항은 '이사는 이사회의 승인이 없으면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동종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회사의 무한책임사원이나 이사가 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취지는, 이사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회사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큰 경업을 금지하게 하여 이사로 하여금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회사에 대한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할 의무를 다하도록 하려는 데 있다. 이를 이사의 충실의무라 한다.

그런데 만약 이사가 경쟁업체인 다른 회사의 이사나 대표이사와 같은 경영진이 아니라 그 다른 회사의 지배주주가 되는 것은 가능할까?

 

상법 제397조 제1항의 문언 자체로는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할 자는 ‘무한책임사원이나 이사가 되려는 자’만 규정되어 있어, 지배주주는 이사회의 승인 없어도 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법원은 최근 아래에서 소개하는 사례에서 “이사는 경업 대상 회사의 이사, 대표이사가 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경업 대상 회사의 지배주주가 되어 그 회사의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에 관여할 수 있게 되는 경우에도 자신이 속한 회사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라고 판결함으로써 상법 제397조 제1항의 취지인 이사의 충실의무를 좀 더 명확하게 규정하였다.

갑은 A 주식회사의 이사로 재직하던 중 을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실질주주로서 을 회사의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한편 A 회사는 B 외국법인 제품에 관한 독점판매계약을 체결하고 있었음에도 을은 A와 B 사이의 독점판매기간이 종료하기 전부터 B의 제품을 수입·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을은 A와 B 사이의 독점판매 계약기간이 종료되자 B와 독점판매계약을 체결하고 B의 한국 공식총판으로서 제품의 수입·판매업을 영위하다가 이를 제3자에게 양도하여 영업권 상당의 이득을 얻게 되었다.

그러자 B 제품의 독점판매 사업기회를 상실한 후 운영에 어려움을 겪다가 해산한 A 회사의 주주 C가 갑을 상대로 경업금지의무 및 기회유용금지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된 것이다.

대법원은 "갑이 이사회의 승인 없이 동종업체인 을 회사를 설립하여 실질적인 지배주주가 된 후 을 회사의 경영에 관여함으로써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하고, 사업기회를 유용하여 A 회사의 이사로서 부담하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및 충실의무를 위반하였으므로, A 회사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판결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갑의 경업행위와 사업기회 유용행위로 입은 A 회사의 손해에 대하여“을 회사가 판매한 B 법인 제품의 매출액 상당액"과 ”을 회사가 받은 양도대금 중 A 회사의 사업기회를 이용하여 수년간 직접 사업을 영위하면서 을 회사 스스로 창출한 가치에 해당하는 부분을 제외한 가치 상당액“이라고 판단하여 A 회사의 매출 감소분뿐만 아니라 을 회사의 영업양도 대금 중 상당액까지 손해액으로 인정하였다. 물론 을 회사가 스스로 창출한 가치는 감정을 통해 산정될 것이다.

위 대법원 판결은 결론적으로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될 수 있으나, 법률에 규정된 권리행사 제한사유 외의 것을 제한사유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법적 안정성 내지 예측가능성 측면에서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 대법원 판결은 이사의 충실의무라는 상법 취지를 고려하여 법문에 규정되지 아니한 ‘경업 대상 회사의 지배주주’가 되기 위해서도 이사회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약력>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사법연수원 제40기수료

법무법인 이강 대표

▲ 설은주 변호사

㈜굿앤굿 자문 변호사

전국신문인협회 자문변호사

한국대학야구연맹 이사

주빌리은행 이사

굿앤굿 실전자산설계아카데미 법률강사

한국준법통제원 회생상담사 양성과정 강사

법무부 인가 사단법인 한국준법통제원 정회원

이데일리TV ‘폭풍전야 위기의 부부부등’ 출연

(전)서울중앙지방법원 외부회생위원

충청일보 ‘경제야 놀자’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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