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중식 정부세종청사 주재 국장] 결혼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안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가 질문의 대세였다면, 이제는 '필요한가?'쪽으로까지 무게중심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와 경제활동, 그리고 소득과 세금의 굴레 속에서 살아야 하는 청년세대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그들에게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의 문제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의 한 언론매체가 여론조사전문업체를 통해 전국 만 25~34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의 결과를 보면, 그 이유와 배경은 또렷해 보인다. '결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다'와 '필요하지 않다' '반반이다'라는 응답이 각각 비슷한 비율로 집계됐다. 그런데 '반드시 필요하다'를 선택한 청년은 5.3%인 반면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그 두 배인 10.0%를 기록한 점이 눈에 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라는 과제가 첫번 째 화두가 되어버린 그들에게 결혼이란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서른 전에는 결혼을 고민한 적이 있었지만, 오히려 서른을 넘기고부터는 '안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는 대답까지 나왔다. 특히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사는 상상을 더 많이 한다'는 응답 하나 만으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방증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결혼 후 살펴야 하는 양가 부모와 경제적 문제 등이 수반되는 만큼 '경제적 독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특히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겠다는 생각이 확고한 점도 엿보인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대목을 놓쳐서는 안된다. '사회가 변한 건지, 청년들이 바뀐 건지'를 묻는 이들의 대답은 의외로 간명했다. 청년들이 이기적이어서 결혼을 거부하는 거라고 보면 한참 잘못 짚은 것이라며, 오히려 요즘 청년들이 과거보다 책임감을 더 생각하게 된 것이라는 지적이 따갑다.

정부는 신혼부부를 위해 출산장려금에 아동수당 등 각종 인센티브를 주어가며 장려정책을 펴고 있지만 청년들은 요지부동이다. 일단, 내 삶이 먼저 평안해야 한다는 그들 앞에서는 무용지물일 수 밖에 없다. 일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 그들에게 우리는 무엇으로 결혼과 출산을 장려할 수 있을 지 고민해야 한다.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해 가며 숫자늘리기만 급급한 임시처방식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숫하게 나왔지만, 정부 또한 요지부동이다. 지금부터라도 그 같은 계획을 구상하고 발표하는 관료들은 자신의 가족 중 청년이 있다면, 그들에게 먼저 물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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