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덕 장앤윤 법률사무소 변호사

[장광덕 장앤윤 법률사무소 변호사] 최근 필자는 1년 여간 지속되었던 명예훼손죄에 관한 형사소송에서 무죄판결을 이끌어냈다. 현명한 판단을 하여준 법원에 감사하면서도, 나름 아쉬운 점이 많이 남는 재판이었다. 일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명예훼손을 경험하곤 한다. 형사상 명예훼손이 되려면 어떤 행위가 있어야 할까? 단순히, 말로 타인의 가슴에 상처를 준다고 명예훼손이 될까?

다른 모든 범죄와 마찬가지로, 명예훼손죄도 형법이 범죄로 구성하고 있는 요건에 해당하여야만 처벌된다. 이를 죄형법정주의라고 한다. 우리 형법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면서, ‘허위사실을 적시’하거나 ‘출판물을 이용한 경우’에는 가중처벌하고 있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를 처벌하고 있다.

명예훼손죄에서의 ‘명예’란 사람에 대한 외부적 평가를 의미한다. 형법상 명예훼손죄에서 중요한 요소는 ‘공연히’로 규정되어 있는 공연성이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법원은 이를 ‘전파가능성’여부로 판단한다. 따라서, 1인에게 명예훼손 사실을 적시하였어도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명예훼손죄로 처벌되고, 반대로 전파가능성이 없다면 처벌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A가 C에게 B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이야기한 경우, C가 B의 가족이거나 아주 가까운 지인이 아니라면 전파가능성이 있어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

전파가능성과 관련하여 출판물(신문 등)이나 정보통신망(카톡 등)을 이용하는 경우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되는데, 이러한 매개체의 경우 공연성이 높아 사람의 외적평가를 저해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간혹, 어떤 사람들은 ‘나는 있는 그대로 말을 했는데, 왜 죄가 되나?’라고 반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형법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경우뿐만 아니라 진실된 사실을 적시하여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라면 처벌하고 있다. 다만, 진실된 사실을 적시한 경우 그것이 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조각되어 죄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한편,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는 구분된다. 명예훼손죄나 모욕죄가 모두 사람의 가치에 대한 외부적 평가를 보호법익으로 하지만, 명예훼손죄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성립하고 모욕죄는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경우에 성립한다. 즉, ‘저 사람은 도둑놈이다’라고 말하면 명예훼손이 되나, ‘저 소도둑처럼 생긴 놈’이라고 하면 모욕이 될 수 있다.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처벌할 수 없는 반면,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다. 두 죄 모두 개인적 법익에 관한 것으로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처벌여부가 결정된다. 또한,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된 경우라면, 민법상 불법행위도 성립되어 정신적 손해배상의무가 생기게 된다. 형법상 명예훼손죄는 사람의 외적 평가를 보호하지만, 한편으로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처벌에 있어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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