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 평소 텔레비전과 친하지 않은 필자도 매주 일요일 오후엔 기다리는 프로그램이 있다. 모방송국에서 연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프로그램 때문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나은이와 윌리엄은 시청자가 가장 좋아하는 귀염둥이이다. 시청자들은 두 아이의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지고 울고 웃고 한다. 그것은 이들이 소유한 이국적 외모와 다르게 말이나 행동은 우리나라 아이들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 A군은 인천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하여 숨진 중학생이다. 이 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에게 지속적으로 따돌림을 당해 왔다. 이날도 학생 4명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숨진 A군의 부검을 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몸 여러 곳에서 멍 자국이 발견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가정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고통을 당해 왔으며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다.

나은이와 윌리엄 그리고 A군은 모두 다문화가정의 자녀이다. 그런데도 나은이와 윌리엄에게는 감동을 하고 박수를 보내지만 A군에게는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다만 A군이 사망한 이후 언론의 보도를 보고나서야 안타까워하고 분노할 뿐이다. 우리를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귀염둥이 나은이와 윌리엄도 A군처럼 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귀염둥이가 지속적으로 우리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의하면 2018년 우리나라 초등학교 학생 100명 중 3.4명이 다문화가정 학생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6년 만에 2.6배가 늘어난 것으로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 우리나라 전체 학생수가 줄고 있는 반면 다문화 학생은 올해 12만 명이 넘어섰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다문화 학생이 70∼80%가 넘었다고 한다.

모 시장조사전문기업에서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다문화 인식 조사 설문을 한 바 있다. "다문화가정의 사회경제적 계층이 어떨 것 같으냐."라는 질문에 응답자 54%는 중하층, 29%는 하류층일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응답자 64%가 인종적인 편견이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여성가족부에 의하면 다문가정 40%가 월평균 소득이 300만 원 이상으로 조사되었다. 이 수치는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월평균 소득이 241만 원인 것에 비하여 높은 편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다문화가정도 없지는 않지만 다문화가정은 무조건 가난하다는 것은 편견으로 차별적 요인이 된다.

'다문화가정'이라는 용어 속에서도 편견과 차별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이 말은 정책적 용어로 활용이 가능하겠지만 학교에서는 조심스럽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별 생각이 없이 내뱉는 '다문화!, 다문화!'라는 말이 주는 상처는 의외로 크다. 다문화 학생은 기본적으로 한국어와 아버지나 어머니 나라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이중언어 구사자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우리와 같은 국민으로서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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