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사회생활 · 스트레스 노화 부추겨

위생과 영양 그리고 오랜 평화 시기는 인간의 수명을 많이 늘렸다. 예전만 해도 환갑을 넘는 어른을 보기 어려워 환갑은 동네잔치가 되었고, 70세는 정말 보기 드물어 고희(古稀)라고도 하였지만, 지금은 환갑이 되어도 젊은이로 취급받기 쉽고 80세가 넘었지만 정정하게 활동하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지금 노인들은 대체로 90세를 넘게 사실 것으로 추정된다.

한의학에서는 50세 이후 노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나이대별로 노화의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50세에는 간기(肝氣)가 쇠하기 시작하여 간엽이 얇아지며 담즙이 줄어들기 때문에 눈이 어두워진다. 60세에는 심기(心氣)가 쇠하기 시작하여 자주 슬퍼하고 혈기가 흐트러지므로 눕기를 좋아한다. 70세에는 비기(脾氣)가 허하기 때문에 피부가 마른다. 80세에는 폐기(肺氣)가 쇠하여 백(魄)이 떠나므로 말할 때 실수를 자주한다. 90세에는 신기(腎氣)가 말라붙어 사장(四藏)의 경맥이 텅 비어진다. 100세에는 오장이 모두 비어 신기(神氣)가 떠나가고 뼈만 남아 죽게 된다고 하였다. 나이대별로 비교해보아서 해당 병증이 일찍 나타나면 노화가 일찍 진행되고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비교적 건강하다고 할 수 있다.

요즘 복잡한 사회생활과 스트레스 그리고 방종한 생활로 인하여 정(精)의 누설이 심하므로 노화가 일찍 시작된다. 40대에 벌써 노화가 진행되어 노안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수명이 90세 정도 되므로 이후의 삶은 노화나 병마와의 전쟁기간이라 할 수 있다. 질병이나 이른 노화는 대부분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다. 생활을 되돌아보고 이를 바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나, 대부분 사람들이 습관을 바꾸기보다 손쉽게 기력을 회복할 방법을 찾는다.

건강기능식품이 날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필자는 본 칼럼을 통하여 누차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이 건강에 이로움보다는 해로움을 끼친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여 스스로의 건강을 더욱 해치고 있다. 노화를 방지하고 건강을 유지하고 싶은 욕구는 강하나 올바른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홍수가 나면 마실 물을 구하기 어렵듯이,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항상 올바른 정보에 목말라 있다.

먼저, 노화를 자연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진시황도 막지 못한 것이 노화요 죽음이다. 자연의 섭리를 깨닫고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때 삶은 보다 풍요로워지고 건강 또한 지켜질 수 있다. 둘째, 생활을 규칙적으로 영위한다.

지금까지 본 칼럼을 통하여 수없이 강조하였듯이 절도 있는 식생활과 수면생활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셋째, 질병에 대한 정보를 도외시하고 건강검진은 되도록 받지 않도록 한다. 아는 것이 병이다. 고목나무에 옹이가 생기듯이 수십 년 사용한 신체 또한 결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를 병으로 인식하고 고치려들면 오히려 수명이 단축된다. 마음을 편안히 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면 큰 병이 생길 수 없다. 넷째, 기쁘게 몰두할 수 있는 취미나 특기를 가진다. 시간에 쫓기어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가 되는 것도 좋지 않지만 너무 여유로운 생활 또한 건강에 좋지 않다. 짧은 시간이지만 기쁘게 몰두할 수 있는 일이나 취미가 있으면 신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매우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다섯째, 불편한 증상이 있을 때는 즉시 한의사의 진료를 받아 개선하도록 한다. 생활을 되돌아보고 침·뜸 그리고 한약으로 병증을 다스리면 보다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즐길 수 있다. 여섯째, 일 년에 두세 번 정기적으로 기력을 보양하는 한약을 섭취한다. 의서에 따르면 매일 복용하는 것이 좋으나, 형편이 넉넉지 않으면 일 년에 두세 번이라도 기력을 돋우는 한약을 복용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노화를 지연하는 것이 좋다.

▲ 박 성 규 예올한의원 원장 한의학 전문위원·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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