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윤 변호사

 

[정세윤 변호사] 2013년 초순경으로 기억한다. 필자가 세종시 조치원읍에 소재한 한 법무법인 새내기 변호사로 근무할 당시 인근에서 강도상해 사건이 발생하였다. 다행히 범죄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붙잡혀 추가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세종시에는 변호사가 거의 없었던 관계로 자연스럽게 필자가 그 범죄자의 변호인으로 사건을 맡게 되었다.

필자의 의뢰인은 장기간 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출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치원읍 소재의 가게에서 강도와 강도상해를 저질렀기 때문에(누범 기간 중의 범죄), 최소한 7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필자는 변호인으로서 의뢰인의 형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직접 찾아가 의뢰인의 딱한 처지를 설명하며 설득하였다. 마치 필자가 죄인이 된 것 같이 오로지 의뢰인을 위하여 간곡하게 부탁하고 사죄하며 정말로 어렵게 합의를 이끌어 내었다. 그 결과 의뢰인에 대한 처벌은 다행히 기대했던 것과 같이 최저형량을 받게 되었다.

필자는 위와 같은 과정에서 피해자가 운영하는 가게에 자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당시 조치원읍에 연고도 없이 혼자 거주하고 있었던 나로서는 인근에 마땅히 아는 가게도 없었기에, 조치원여자중학교 건너편 바로 앞에 위치한 피해자가 운영하고 있는 ‘박영숙 헤어스케치(원장 박영숙)’에 머리를 하러 갔다. 미용실 손님으로 찾아간 까닭은 합의를 해 준 감사한 마음 때문이었지 결코 다른 이유는 없었다.

필자는 그때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대형 프랜차이즈가 운영하는 미용실을 이용하였던 관계로 시골의 작은 미용실에는 전혀 믿음이 가지 않았다. 더욱이 상권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건물의 외관 역시 허름했기에, 우리가 흔히 아는 동네 미용실에 불과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내기 변호사로서 상당한 사건을 처리해야 했던 필자로서는 헤어스타일에 그리 관심이 없었던 이유로, 개인적으로 머리를 한 이후에도 솔직히 큰 변화나 감동은 없었다. 그러나 머리를 한 이후 주위 사람들로부터의 반응이 현저히 달라졌다. “스타일이 달라졌다”, “이제야 사람이 된 것 같다” 등등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졌다.

이러한 이유로 두 번째로 원장님을 찾아갔을 때는 그동안 허름한 건물에 가려진 가게 안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벽 쪽에 걸린 원장님의 수많은 미용대회 수상경력, 미용 실습 강의 관련 사진 등이 한 눈에 들어왔고, 무엇보다 가게 안을 꽉 채운 손님들의 웃음소리가 그제서야 들리게 되었다. 원장님은 오는 손님들에게 군고구마도 제공해 주셨고, 차와 음료는 물론 타국 생활이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가격을 할인해 주시기도 하였다. 원장님과의 많은 대화를 통해 원장님의 경력이 약 40년가량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러한 대화중에 옆에 앉아 있는 손님은 자기는 20년 째 이곳에서 머리를 하고 있다며 내게 귀띔을 해주시기도 하였다.

요즘 대세 프로그램으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있다고 한다면, 세종시 조치원읍에는 약 40년 경력의 미용전문가가 운영하는 골목 미용실이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즐비하는 요즈음 수십 년간 한 곳에서 운영하는 이러한 숨은 진주가 빛을 발하길 기대해 본다. 쑥스럽지만 필자의 프로필 사진 역시 박영숙 원장님의 작품임은 물론이다. 참고로 원장님은 ‘아이롱 파마’의 전문가이기에 인근에 거주하시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받아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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