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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목 구석은 수수깡으로 엮어 만든 고구마꽝이 차지하고 있다. 그 탓에 남정네들이 방 가운데 있는 술상을 빙 둘러 앉아 있는 방은 더 좁아 보였다. 시멘트포대로 마감을 하고 콩기름으로 문질러 반질반질한 방바닥은 뜨끈뜨끈했다. 어느 집 사랑방이나 있게 마련인 시렁에는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더 앉게 하려고 비게며 이불을 올려놓았다. "후년에는 먼가 존 일이 있겄지?" "어이구, 영감님은 암것도 바랄 거 읎이 가만 기시면 그기 바로 존 일이여유. 당장 냘이믄 나이가 일흔세 살이나 되시는 냥반이 욕심도 많구먼." 남정네들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10.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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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데도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다. 수직으로 내리는 빗줄기는 바늘이 되어 들례의 가슴에 구멍을 내고 있었다. 들례는 춘임이 눈치 채지 못하게 슬그머니 쥔 주먹에 힘을 주었다. 그려, 안직은 실망할 때가 아녀. 승철이가 있잖여. 그것이 안직은 어려서 뿔난 망아지츠름 지 멋대로 굴지만 나이가 들어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게되믄 날 이해하겄지. 그때는 숯처름 새카맣게 타 들어가는 어미의 심정을 백가지는 다 이해 못해도 다믄 열 가지는 이해 해 주겄지. 들례는 닫혀 있는 승철의 방문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춘임이 모르게 길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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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0.2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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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례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얼굴로 춘임을 바라보며 반문했다. "글씨유." 들례와 다르게 버릇없는 승철을 속으로 욕하고 있던 춘임이 토란껍질을 까면서 입술을 삐죽거렸다. "씨……내가 하는 말 다 들어놓고도 안 들은 척 하고 있구먼. 내가 감자 쪄 달라고 했잖여!" 승철은 들례와 춘임을 번갈아 노려보고 나서 횅하니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쾅 소리가 나도록 문을 닫는 가 했더니 이내 밖으로 나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분해서 참을 수 없다는 얼굴로 들례를 노려보았다. "왜……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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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0.2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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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몰라유? 아무려면 지 보다 십사 년은 더 사신 분이……" "모르겄다. 나는 세상을 살아갈수록 세상이 더 어려워지는 거 가텨. 남들은 나이가 들믄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는 것이 생긴다고 하든데, 나는 지혜는커녕 알고 있는 것도 자꾸만 까먹는 거 가텨." 들례는 쓸쓸한 표정을 감추고 않고 막걸리 잔을 들었다. 소리없이 내리고 있는 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한참 만에 자신이 술잔을 들고 있었다는 얼굴로 막걸리를 마셨다. "그려유. 시방 사모님이 남 걱정할 때가 아니쥬. 하지만 워틱하겄슈. 이기 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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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0.2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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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 중에 춘임이를 데리고 들어 온 이동하는 방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대청마루에 걸터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턱으로 들례를 가리켰다. 여자? 들례는 유부남과 바람을 피우다 들킨 여자처럼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옥천댁처럼 주인마님이라는 말은 사치스럽다. 면사무소 소사 박생수처럼 사모님이라고 부르라고 해도 들을 사람이 없으니까 손가락질 할 사람도 없다. 그런데도 한낱 거리의 여자를 부르듯 그냥 여자라고 소개를 하니까 마치 자신도 춘임이와 동격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암 말이 읎어?" 이동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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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0.2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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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대문이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내며 열린다. 양철대문의 빗장을 채운 춘임이 술 주전자를 대청마루에 올려놓으며 투덜거렸다. "뭘 이상하게 생각하는데?" "부면장님 취향이 막걸리로 바뀌었을리는 읎는데 왜 그리 자주 막걸리를 받아 가냐고 묻지 뭐유?" 춘임이가 술상을 보기 위해 정지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그려서?" 정지에서 춘임이가 그릇을 챙기고 찬장을 여는 소리가 들려온다. 들례는 눈자위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며 날카롭게 물었다. "술만 팔믄 됐지 별 상관을 다 하는구먼 이라고 쏴 부쳤쥬." "미친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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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0.2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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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를 받으러 간 춘임이는 저 혼자 술을 다 마시고 있는지 오지를 않는다. 들례는 한숨을 내쉰다. 나도 나이가 들고 늙고 병들면 마당에 있는 저 접시꽃 신세와 다를 바가 없겠구먼, 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길게 한숨이 흘러 나온다. 들례는 철이 들 무렵부터 이 세상에서 자신은 철저하게 혼자라는 것을 알았다. 돌보아 줄 부모도 이끌어 줄 형제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부터는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약하고 힘없는 소녀의 몸으로 거친 세상을 살아가려면 승복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했다. 잡초가 거세면 여지없이 뽑혀 버리는 것처럼 반항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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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0.1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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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달도 별도 없는 그믐밤에 꼬막네와 직접 모산까지 가서 둥구나무 밑둥치의 보이지 않는 곳에 은젓가락 한 쌍을 보이지 않게 박아 놓았다. 그러나 웬 걸 승우는 승철이 어릴 때와 다르게 잔병 하나 없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승우만 멀쩡한 것이 아니다. 학산에서 살다시피 하던 이동하도 이틀에 한번 꼴로 모산으로 퇴근을 하고 있다. 그런 걸 생각하면 꼬막네를 갈기갈기 찢어 놓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도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나 다름없었다. 꼬막네의 입을 영원히 막지 않는 이상 꼬막네가 입을 함부로 놀리면 꼼짝없이 감옥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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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0.1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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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기는 망설이지도 않았다. 대봉투에서 연체자 명단을 꺼내서 합죽합죽 웃으며 황인술에게 건네주었다. "자, 그람 정성껏 준비를 해 준 아줌마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슬슬 뜯어 볼까유?" 강서기가 입맛을 다시며 손바닥을 쓱쓱 비볐다. "우신 소주부터 한잔 씩 하고 시작하지." 황인술은 닭다리 한 개씩을 쭉쭉 찢어서 강서기와 최서기 접시에 놓아주었다. 소주를 넘치도록 따라준 다음에 호기스럽게 말했다. "좋쥬." 최서기는 술잔을 들어서 건배를 하고 단숨에 마셔 버렸다. 문밖에서 기침 소리와 함께 박태수와 윤길동의 인기척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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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0.1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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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집집마다 돌아 댕김서 조사만 한다고 끝나는 기 아뉴, 정부 방침에 따라서 후년에는 올해보다 아무리 짝아도 이 할 이상은 더 보리를 심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해유. 그랑께 작년하고 똑 같이 보리를 심는다고 하는 사람한티는 무조건 이 할 이상을 더 심겠다는 다짐을 받아야 한다 이거유. 지 말 무슨 뜻인 줄 아시겄쥬?" 강서기가 서류를 내밀 때와 다르게 아랫사람을 불러 놓고 일을 시키는 것처럼 사무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허허! 이 황인술이 구장을 한두 해 하는 거시 아니잖여. 전쟁 끝난 해 부텀 했응께 햇수로 따지믄 벌써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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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0.1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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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유?" 모리댁은 남편을 동네 개 이름 부르듯이 부르는 황인술의 말에 우뚝 멈췄다. 목에 걸고 있던 삼배 수건을 펴서 머리에 휘어 감으며 가당치도 않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밭에 있으믄 오는 질에 태수 좀 소리해서 우리 집으로 오라고 햐. 이 분들하고 술 한 잔 함서 상의할 거시 있응께." "향숙이 아부지는 지가 밭에 가서 보내면 되지만 상규 아부지는 집에 있는가 모르겄네." 모리댁은 면서기와 농협서기가 술을 마시는 자리에 남편을 부른다는 말에 금방 얼굴이 펴졌다. 멀뚱한 표정으로 서 있는 강서기와 뒷걸음치면서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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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0.13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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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팔, 나도 먹고 살만큼 땅 있어. 그라고 내가 승진하는데 지 까짓거시 빽이 되어주는 것도 아니잖여. 순전히 부면장님 얼굴 봐서 비싼 진달래 한 보루까지 사다 주고 이게 먼 꼴이여. 꼭 뭐 주고 귀싸데기 맞는 과부 꼴이잖여." "주제에 이븐에 낳은 손자를 장 손자로 올릴 모냥여. 들례한티 본 손자는 밭이 틀리다고 내 칠 모냥이지? 그른 인간한테 대우 받을라고 멋도 모르고 끄대 간 우리가 잘못이지 머." 강서기는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았었다. 그러나 최서기가 노골적으로 욕하는 소리를 듣고 나니까 다시 화가 났다. 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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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0.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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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녀유. 쪼끔만 있으믄 보리씨를 뿌릴 때가 됐잖유. 그 문제 때문에 구장 좀 만나야 하고 이런저런 할 일이 있어서 그만 일어 나겄슈." "지도, 면장님한테 인사드리러 온 김에……그 머셔, 연말도 다가오고 해서 대출금 변제 독촉 좀 해야겄슈." "그랴 그람. 내 생각 같아서는 읎는 찬이지만 같이 먹고 싶지만 안되겄구먼. 명색이 평생 공무원으로 살아 온 내가 공무를 못하게 하믄 안되지. 그람, 더 이상 붙잡지 않을팅께 어여들 가 봐." 이병호는 강서기와 최서기의 말을 기다리기나 한 것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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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0.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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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는 청주 천천히 한 모금을 입 안에 넣고 맛을 음미하다가 꿀꺽 삼켰다. 순간 울대가 빠르게 위 아래로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그라고 봉께 남조합장 본지도 달포가 지난 거 같구먼. 그 사람은 젊은 사람이 을매나 예의가 밝은지 몰라, 우리도 워딜 가믄 예의 바르다는 말은 영 안 듣는 것은 아닌데도 내가 놀랠 정도래니까. 허긴, 그릏게 처세를 잘 하니께 그 나이에 농협조합장이 됐겄지. 남 조합장 나이가 올게 및 살이더라?" 이병호는 최서기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마당으로 나 있는 미닫이문을 바라보며 건성으로 물었다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10.0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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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는 아랫목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지그시 술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의 옆에는 한 보루에 천 환씩 하는 백양담배 두 보루가 신문지에 쌓여 있다. 윗목에 스승을 뵈러 온 제자들처럼 긴장한 얼굴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강서기와 최서기가 사 온 것이다. 강서기는 청주 잔에 입술만 살짝 대고 마시는 시늉만 하고 옆의 최서기를 흘끔 바라본다. 최서기도 무릎 끓고 앉은 자세가 불편한지 양발을 신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다. 그러나 표정은 한없이 존경하는 스승을 바라보고 있는 얼굴이다. 비봉산 쪽에서 바람에 사납게 불어와서 문종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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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0.07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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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술은 김춘섭의 말에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 지는 것 같았다. 이복만에게 외상으로 딴 땅은 마지기 당 열두 섬이 넘게 쳤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람 머여, 그 돈은 은제 갚능겨?" 박태수도 남의 일이 아니라는 얼굴로 빠르게 물었다. "내참 기가 맥혀서 그 생각만 하믄 시방도 숨이 막히는구먼. 오년 동안 갚아나가믄 되는데, 일 년에 삼할 씩만 갚아 나가믄 된다니께 이걸 워쨔." "일 년에 삼할 씩 오년 동안 갚으라는기 대관절 먼 말여?" 해룡네가 박태수와 김춘섭을 번갈아 보다가 황인술에게 물었다. "땅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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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10.0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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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섭은 입안이 불이 붙는 것처럼 매웠지만 인상을 쓰지 않았다. 입안이 매운 것 보다 더 황당한 일이 있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머셔, 또 일본 놈들이 정권이라도 잡았는감?" "그게 아녀. 지난 이 월 달에 새 농지개혁법이 국회에서 통과돼서 오늘부터 시행이 된다는 거여." "농지개혁법이라니? 그람 우리나라도 북한츠름 논을 공짜로 나눠 준다는 거여?" 황인술이 제법 유식한 척 한 얼굴로 물었다. "거긴 공산당이라 김일성 맘대로겠지만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잖여. 그래서 그 머여, 민주주의 국가라서 합법적인 측면으루다 농지개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10.0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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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릿고개를 올라가며 윤길동이가 형님만 알고 있어야 된다는 말을 전제로 하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도 상겨?" "형님도 샀구먼." "논을 살 때는 너무 좋아서 이것저것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봉께 이거 보통일이 아닌 거 가텨. 그 영감이 논을 다 팔아치웠을 때야 틀림읎이 먼 일이 있을 껴. 그릏지 않고는 오늘 살다 낼 죽을 영감도 아닌데 그 많은 땅을 죄다 내 놓을 일이 읎지." 황인술은 갑자기 다리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길섶에 지게를 세워놓고 목침만한 돌을 골라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10.0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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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만은 황인술이 당황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자 이럴 때는 바짝 조여야 된다고 생각하고 냉정하게 말했다."그람, 만약 지가 사년 동안 갚고 나머지 한 해를 못 갚아도 논을 내 놔야 한다는 거유?"황인술은 마냥 좋아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거, 죽 쒀서 개 준다고, 쌔가 빠지도록 일만 해서 나락은 나락대로 주고 논은 논대로 뺏기는 거시 아닌지 모르겄구먼. 방심하고 있다가는 이복만의 술수에 넘어갈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솔직히, 일 년에 열넉 섬씩 갚아나가야 한다는 거시 쉬운 거는 아녀유. 그런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9.3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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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만히 생각해 봉께 너무 비싼 겨?" "논을 사는 것은 좋지만 지 분수도 모르고 샀다가는 동리사람들한티 개망신 당하기 십상일 거 가텨서유. 생각해 보셔유. 일 년에 열여섯 섬씩 갚을라믄 순전히 여섯 섬은 빚은 내야 한다는 건데, 한 해만 빚을 낸다믄 몰라두 연달아 빚을 내야 한다는 결론인데 난중에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클 거 가텨서 엄두가 나지 않구만유." "그릏다고 거저 논을 줄 수는 읎는 노릇이잖여. 자네가 내 자식이라믄 유산으로 상속이나 한다지만." 이복만은 역시 황인술은 만만치 않은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9.29 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