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떡·짠지류 등 46가지 기록
양반가 식생활·식문화 등 오롯이
청주 방언 쓰여 언어적 가치 높아
시, TF구성…대표브랜드로 개발

충북 청주시는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문화 개발과 이를 통한 관광 활성화 등을 위해 과거 '청주한정식'이라는 음식을 만들어 보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이유 등으로 인해 실패를 경험했다. 당시 충분한 고증과 시장조사와 마케팅 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지금은 충북 최초 음식 관련 서적인 '반찬등속'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음식 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음식 문화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연구를 통해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전통음식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더욱이 최근 청주시는 음식문화 TF를 별도로 구성해 지역 음식에 대한 콘텐츠 개발과 음식 산업화를 구축하고 있어 그 결과 역시 기대되고 있다. 

 

▲반찬등속 겉표지.
▲반찬등속 겉표지.

 

충북 최초 음식 서적 반찬등속, 지역 대표 콘텐츠로

청주 상신리에 집성촌을 이룬 진주강씨 집안 강귀흠의 부인인 밀양손씨가 1913년에 며느리들에게 음식 조리법을 전수하려고 필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책 표지에 적힌 연도보다 훨씬 이전부터 있었던 조리법을 정리한 것으로 이 책의 음식들은 조선시대 또는 그 이전부터 오랜 전통을 가지고 전수된 것으로 보인다.

한지로 돼 있고 책판 크기는 가로 19.3cm, 세로 20.5cm다. 이 책에는 100여 년 전 당시의 음식 만드는 법이 음식 종류에 따라 음식의 재료와 조리법이 한글로 기술돼 있다.

종이가 귀하던 시절이어서 다른 책으로 쓰였던 종이를 반대로 접어서 사용했다. 

겉표지에는 '문자책(文字冊)'이라는 원래의 책 제목이 있고 그 왼쪽에 '반ㅊ·ㄴㅎ·ㄴ·ㄴ등속'이라고 한글로 표기됐다. 

음식의 종류는 김치류와 짠지류, 과자류, 떡류, 음료류, 기타 등 총 46가지가 언급돼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반찬 25가지,과자와 떡 14가지, 음료 5가지, 기타 2가지 등으로, 반찬류가 가장 많다.

음식의 재료와 손질법, 만드는 법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어 당시 양반가의 식생활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방언학·식문화·역사 등 가치 '주목'

반찬등속의 가치는 크게 음식과 관련된 연구와 언어(방언학), 문화(식문화), 역사(가문과 문중), 조리학 등으로 나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가치는 청주 지역의 식생활과 식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 서민들에게 배포될 용도로 만들어진 것응 아니지만 당시 저자의 집안에서 해 먹던 음식의 종류와 식재료, 조리방법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크다. 

100여 년 지역의 양반가에서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는 것이다.

언어적인 면에서도 가치는 충분하다.

청주의 음식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한글로 기록한 음식조리서이기 때문이다. 청주 지역의 방언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어 국어 방언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가치가 있다.

지금의 청주 지역어와 비교를 통해 청주 지역어가 얼마나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엿볼 수 있다. 국어사와 국어 방언학적으로 가치가 있는 셈이다.

더욱이 이 책과 관련된 인물 연구를 통해 청주의 여성 인물을 발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또 다른 가치 중 하나이다.

당시 풍속 연구에도 귀한 자료로 쓰인다.

책의 부록 격으로 한자 문자집과 한글·한문 편지도 있다. 

문자집에는 경륜·부조·점화 등 가정에서 쓰이는 한자 단어와 자초지종 등 고사성어 등도 기록돼 있다.

 

▲충북 청주시가 재현한 '반찬등속'.
▲충북 청주시가 재현한 '반찬등속'.

 

◇음식문화 TF구성…정책개발 추진

시는 지난 2012년 반찬등속 책자와 관련해 충북대 교수와 재현 연구를 시작했다. 

충북대학교 산학협력단(생활과학연구소)이 지난 2012년 4월부터 8400만원을 들여 학술 용역을 수행하며, 반찬등속 해석과 조리법 고증, 조리법 기록 등을 통해 음식을 재현한 것이다.

이후 2013년 반찬등속 재현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고 현재까지 반찬등속 전수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8차례 연속해서 진행돼 200여 명의 전수생을 배출했다.

또 2019년 충북유형문화재 제381호로 등록됐고 현재 청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특히 청주시는 올해 9월 음식문화TF를 구성해 반찬등속 및 음식 문화 발전에 대한 다양한 정책 개발을 추진 중이다.

'전주비빔밥'과 같이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 역시 추진 중이다.

내년에는 반찬등속 브랜드화를 위한 기본 용역 등을 통해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를 병행할 예정이다.

때문에 지식재산 확보를 위한 BI개발 및 상표등록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

 

◇철저한 준비 거쳐 음식 산업화 구축

현재 청주시는 '반찬등속'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음식 문화 개발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새롭게 만든 음식문화TF가 바로 그것을 잘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과거 한 차례 경험했듯 청주만의 음식 문화 개발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시는 이미 2007년 20여 가지 음식 메뉴로 '청주한정식'을 직접 개발해 음식점에 보급까지 했지만 호응을 얻지 못했다. 현재는 어느 곳에서 메뉴로 사용되고 있는지 조차 알 수도 없다.

지난 2012년에는 '세종실록지리지' 충청도편에서 청주가 돼지고기를 공물로 바쳤다는 기록에 착안해 ;청주삼겹살거리'를 조성했다.

그러나 타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 거리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시는 충분한 고증과 시장조사와 마케팅 대책 등을 마련해 차분히 진행한다는 생각이다. 

성급한 시도 대신 철저한 준비 과정을 통해 지역 음식 문화를 개발하다는 것이다.

청주음식인지 충분한 논리적인 설명과 스토리텔링이 마련과 함께 음식을 먹는 공간에 대한 구상도 차분히 준비할 계획이다.

특히 우리 시대에 맞는 음식으로 재개발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도 구상 중이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반찬등속은 청주를 대표할만한 음식문화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음식문화 기록 유산인 반찬등속의 발전 기반을 마련해 다양한 연계사업을 통한 음식 산업화의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또 "경북 영양군 두들마을에 전해진 장계향(張桂香)의 '음식디미방'은 엄청난 국가지원을 받아 문화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한 사례가 있다"며 "'반찬등속'이야말로 청주의 음식문화콘텐츠로 무한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곽근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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