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문화정책 현 주소 <1>

문화재단 11주년 공연 관련
촉발된 잡음으로 문제 부상

충북문화재단의 창립 11주년 기념 공연으로 문화예술계에 잡음이 발생한지 두 달이 넘었다. 결국 공연은 무산됐지만 그 과정에서 재단의 실제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가 세간에 알려지고, 그러면서 재단의 잘못이 아니라는 말도 나왔다. 이에 본보는 이시종 전 지사로 촉발된 도 문화재단의 역할과 한계를 중심으로 충북지역 문화 정책의 현 주소를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발단은 지난 7월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에 대한 재단의 사업 보고였다.

당시 김승환 대표이사는 "여러 문화예술 관련자의 의견을 듣고 총체극 식으로의 공연을 구상했다"면서도 "문화예술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못 한 것을 인정한다"는, 한 눈에 보기에도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을 했다.

이에 행문위 이옥규 의원이 "제출한 사업 내용의 연출을 비롯해 많은 예술인들이 지역인이 아닌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모두 2억원이 들어가는 이 사업의 전면 수정을 촉구했고 이와 관련해 충북연극협회가 '충북문화재단 창립 11주년 기념 사업이 뭐길래?'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청주연극협회, 충주연극협회, 제천연극협회, 단양연극협회와 공동 발표하면서 재단의 지역 예술인 홀대론 등이 불거졌다.

재단의 창립 11주년 기념 공연 집행위원에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 기획경영부장과 국제무예센터(ICM) 전략기획팀장이 포함돼 있고 지역에서는 청주시립무용단과 충주택견시범단 등 두 단체만 참여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연극협회 측은 "지난 해부터 준비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구체적인 구성안의 일부인 줄거리 하나 없이 연출과 출연진들을 섭외했다니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는 데다 그 때부터 거론된 이 사업을 충북 예술인들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가 제안하는 최소 예산은 번번히 무산되는데 충북문화재단이 외부 예술인을 영입해 하려는 기념 공연은 이리 쉽게 도와 도의회를 통과했다니 자괴감마저 든다"며 "도지사의 문화예술 정책을 대변하는 재단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충북도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재단 김 대표가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언론에 보냈으나 재단 이사장이자 '무예 예찬론자' 이시종 전 지사 때문임을 아는 문화예술계는 물론 언론에서도 재단에 대한 동정론이 일부 나오기 시작했다.

예술계에선 모든 결정권을 가진 이 전 지사가 자신의 동향들을 챙기기 위해 지역 예술인들을 배제했다는 의혹도 팽배했다.

집행위원에 WMC·ICM 관계자가 있고 시나리오도 무예 관련이었음이 이를 방증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지사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는 충북도의 문화예술 정책 구조를 이참에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김영환 현 지사가 세계무예마스터십 등 무예 관련 모든 일정과 행사에 도의 예산과 인력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재단 조직 개편도 언급하면서 향후 도의 문화 정책 등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 이르렀다.<계속>

/신홍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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