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어린이대공원 개원식

朴正熙(박정희) 대통령은 5일 어린이대공원 개원식에서 어린이들은 장차 튼튼하고 건강하고 훌륭한 일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런 목적을 위해 이 공원에서 마음껏 뛰고 놀고 즐기면서 튼튼한 마음과 몸을 기르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반세기 전 우리나라가 일본에 빼앗기고 있던 그 당시의 어른들이 독립과 자유를 찾겠다는 희망을 어린이에게 걸고 어린이날을 제정했던 것이라고 설명하고 어린이들이야말로 나라의 희망이자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이어 어린이들에게 어린이날 제정의 뜻을 되새겨 이 장소에서 마음껏 놀고 배우면서 슬기롭고 건강한 어린이가 되어 달라고 말하고 이 곳에 있는 나무 한 포기 꽃 한 송이도 잘 가꾸로 보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8678·197358일자 1>

 

어린이대공원은 1970년대 당시 어린이들에겐 로망그 자체였다.

특히 시골 구석에서 살던 아이들은 엄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래도 개중에 좀 살만한다는 집안 아이들은 한 번쯤 가볼 수 있었던 곳이 어린이대공원이었다. 그쯤 되는 아이들은 한껏 뻐기면서 어린이대공원 방문기를 무용담처럼 쏟아냈다.

그거 하나로 그 아이는 충분히 유지급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는데, 이야기를 듣다보면 부럽기도 하고 시샘도 나고, 한편으론 어린이날 밭으러 나가 일을 해야만 하는 가난한 어린이들은 제 처지들에 한숨이 절로 나곤 했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이라고 했지만, 가난했던 그 시절 가난했던 아이들에겐 날만 어린이날이었던 것이다.

어린이대공원이 조성되기까지엔 육영수 여사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육 여사가 품었던 어린이데 대한 사랑은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어린이대공원 자리엔 서울컨트리클럽을 위해 1970년에 클럽하우스가 지어졌었다. 그런데 특권층을 위한 골프장이 서울 시내에 있는 것을 부담스러워한 박정희 대통령이 경기도 고양으로 골프장을 이전시키고, 육 여사의 제안으로 골프장이 있던 당시 70의 부지에 어린이대공원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원래 이곳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의 비 순명효황후 민씨의 능이 있던 곳이었다.

순명효황후는 순종이 즉위하기 전에 세상을 떠났는데, 1926년 순종이 승하하자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 홍릉(洪陵) 옆으로 민씨의 능을 이장해 순종을 같이 합장하면서 큰 공간이 생기게됐던 것이다.

순종이 승하한 바로 다음해인 1927년 그 자리엔 골프장이 들어서게 됐는데, 골프광으로 유명했던 영친왕이 능이 있던 군자리 일대 100의 부지를 무상으로 임대해주고, 심지어 골프장 건설비로 당시 돈 2만원을 쓰고, 이후 3년간 매년 5000원씩 보조금을 지불하면서 전장 6500야드 18홀 코스의 군자리 골프장을 만들게 했다고 한다.

이후, 기사에서 언급됐듯 197355일 어린이날을 맞아 박 대통령과 육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어린이대공원 개원식을 갖게 됐다.

/김명기 편집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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