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시각 만연한 상황서
본연 연주만 충실한 단원들
싸잡아 불이익 받을까 불안
청주시립교향악단(청주시향)의 노동조합 설립을 두고 내부 의견이 양분되며 자칫 본연의 연주에만 충실한 단원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주시향 노조는 지난 6월 2일 창립식을 열고 지회장과 부지회장, 사무국장, 회계, 감사 등을 뽑은 후 지난달 13일쯤 시에 설립 통보를 한 뒤 현재 단체 교섭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비노조 측인 단원들에 따르면 노조 설립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있었다고 한다.
먼저 상식적으로 노조를 만들려면 가능한 한 단원 전체의 의견을 수렴해야 함에도, 다른 때 같으면 공지를 올렸을 밴드에 아무 언급도 없이 5월 23일쯤 오전에 총무가 방마다 다니면서 단원들을 모았다고 한다.
그렇게 모인 자리에서 설립을 주도하는 단원들은 노조가 만들어지면 지휘자 임명 관여와 출·퇴근 시간 조정 등을 할 수 있다는, 듣기 좋은 말만 했다.
이에 의문을 품은 단원들이 "왜 좋은 점만 얘기하고 안 좋은 점은 말하지 않느냐"고 하자 돌아온 대답은 "왜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얘기하냐"였다고 한다.
게다가 선뜻 결정하지 못 한 단원들이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답변을 기다리지 않고 며칠 후인 6월 2일 창립식을 열었다.
비노조 측의 한 단원은 "노동조합 Q&A 문답 중 '단원 해촉 사유에 단체 구성 및 선동 행위가 있는데 노조를 결성하면 해촉되지 않나'라는 물음에 '노조 결성 권리는 헌법이 보장하고 이를 위배하는 청주시 조례는 개정돼야 한다. 노조가 조례 개정을 위해 힘쓰겠다'는 답까지 있었다"며 "시에 설립 통보를 할 때도 전체의 뜻인 양 얘기했다는데 지금 현악 파트만 30명 넘게 비노조로 파악된다. 65명의 절반에 육박하는데 뭐가 전체인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다른 단원도 "지휘자가 바뀔 시점인데 임명권 운운은 현 지휘자의 연임을 염두에 둔 말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면서 "가입 신청자가 과반을 넘어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분명히 절반에 가까운 단원들이 가입하지 않은 데다 외부에서는 물론 예술단 사무국 조차도 좋게 보지 않는 노조에 들어갔다가 혹시라도 받을지 모르는 불이익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단원들의 가장 큰 걱정이 바로 이 부분이다.
'자리 보전 목적'으로 요약되는 외부의 부정적 시선 때문에 본연의 연주에만 충실한 단원들까지 싸잡아 욕을 먹고 실제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처럼 서로의 의견이 엇갈리며 전체를 위해 존재해야 할 노조로 인해 청주시향 내부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다른 비노조 측 단원은 "지휘자가 어떤 분이 오시느냐에 따라 우리 연주의 질도 확 달라질 수 있다"며 "우린 좋은 지휘자를 모시길 바랄 뿐이지, 굳이 노조를 만들어 이런 문제를 다뤄야 하는지 의문인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신홍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