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선 시간에 숨을 불어넣다”… 10년 표류 끝 ‘구원투수’로 등장
한 도시의 운명을 가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오랜 시간 멈춰 있던 충북 청주 오송역세권지구 도시개발사업이 최근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멈춘 시계의 태엽을 감아 올린 주인공은 지난해 11월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조합장에 취임한 한성희씨다. 그는 조합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표류하던 도시개발사업의 방향타를 다시 잡았다. 단순한 내부 수습이 아니라 오송이라는 지역의 미래를 다시 디자인하는 ‘구원투수’의 등판이었다.
이상과 현실 사이, 멈춰버린 개발의 시계
오송역세권 개발사업은 단순한 부동산 개발이 아니다. 이 사업은 수도권 배후 거점으로서의 전략적 입지, KTX 광역교통망, 정부 주도의 바이오클러스터와 연결된 국가급 프로젝트다. ‘메디컬그린시티’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이 사업은 대한민국을 대표할 미래형 복합도시의 청사진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사업은 수차례 중단되고, 용도변경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졌으며, 조합 내부는 불신과 혼란의 악순환에 빠졌다. 일부 조합원들은 사업을 포기하려 했고, 행정기관도 더는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좌초’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인물이 바로 한 조합장이다. 그는 개발 경험과 부동산 실무를 모두 갖춘 실무형 리더였다. 무엇보다 조합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알고 있었다.
“숨기지 않고, 정직하게 마주보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2024년 11월 16일 오송 C&V센터에서 열린 임시총회는 일종의 ‘분기점’이었다. 조합원들은 전임 조합장을 해임하고, 새 리더로 한성희 후보를 선출했다. ‘정상화’라는 키워드는 당시 현장의 공기를 바꿔 놓았다.
취임 이후 그가 마주한 현실은 상상 이상으로 척박했다.
“조합 사무실 상태는 거의 개점휴업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서류는 정리가 안 돼 있었고 어떤 계약이 유효한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당시엔 내부에서 어떤 결정이 어떻게 내려졌는지도 알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기록이 없다’는 것이 가장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하루하루가 암중모색이었고, 마치 도면 없는 도시를 다시 그리는 기분이었습니다.”
한 조합장은 매일 사무실에서 수년간 방치된 서류와 도면, 계약서, 협약서를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는 그 과정을 “도면 없이 폐허 위에 길을 내는 작업”이라고 회상한다. 좌절하지 않고, 그는 믿음을 다시 짜 맞췄다.
“조합원 여러분의 간절한 눈빛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정말 이번에는 가능할까요’라는 눈빛 속에는 기대와 회의가 동시에 담겨 있었어요. 그 믿음을 저버릴 수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묶여 있던 땅, 묵묵히 기다려주신 분들, 이분들에게 결과로 보답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습니다. 그게 제 동력이었습니다. 제가 움직인 게 아니라, 조합원들이 저를 다시 일으킨 겁니다.”
신뢰는 쌓는 것, 공사는 그다음이다
한 조합장은 ‘소통 없는 개발은 없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매주 조합원에게 무일지 형식의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현장을 찾는 조합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조합 내 전문직 조합원들과 소그룹 회의를 통해 합리적 판단 기준을 만들었다. 행정도, 절차도, 전략도 그다음이었다.
그 결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지난 5월 정기총회에서 정관 개정과 실시계획 변경 등 굵직한 안건들이 98%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내부 갈등이 정리됐고, 조합의 결속력이 눈에 띄게 강화됐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조합장으로서 할 수 있었던 건 단 하나,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는 것이었습니다. 조합원들과 매주 얼굴을 맞대고 일지를 공유하고 질문이 오면 성실하게 답하고, 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조합원들과 함께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뢰가 쌓였고, 처음엔 불안해하시던 분들도 이제는 조합 사무실을 ‘열린 공간’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실패의 유산을 자산으로 전환하다
가장 민감한 갈등 중 하나였던 유통상업용지 용도변경 문제. 전임 조합 시절 무리하게 추진됐던 변경은 결국 도시계획위에서 부결됐고 갈등은 깊어졌다. 그러나 한 조합장은 이 이슈를 ‘단념’이 아닌 ‘전환’으로 보았다.
“유통상업용지는 실패한 땅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동안 활용되지 못했던 전략적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오피스텔이나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이 이어지면서 이 부지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조합 전체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존의 틀에 갇히기보다는 새롭게 접근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지금 조합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봅니다.”
충북도·청주시·한국철도공사 간 오송역 중심 종합개발 협약이 체결된 이후 조합은 이 흐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부지 활용 전략을 정비 중이다. 오송역이라는 입지 자체가 가진 상업적·생활 인프라적 가치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서로가 성공해야 완성된다’… 협업의 생태계
또 하나의 전략적 전환점은 지역주택조합과의 협업이다. 사업부지 내 2094세대 아파트가 현재 착공 중이며 두 조합은 공동 기반시설을 공유한다. 과거에는 엇박자가 있었지만, 지금은 설계 연계, 대관 협의 등 실무적 조율이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개발은 결코 혼자 하는 일이 아닙니다. 특히 지금처럼 기반시설을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느 한쪽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죠. 오히려 우리가 잘해야 상대방도 잘할 수 있고, 결국 그 시너지가 조합원 모두의 이익으로 돌아옵니다. 지주택조합과의 협업은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전략입니다. 그래서 ‘협조’가 아니라 ‘상생’이라는 단어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조합은 시공사 재선정 절차를 밟고 있으며 오는 7월 최종 선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는 종합 마스터플랜과 구체적인 조감도를 외부에 공개하고, 본격적인 투자유치와 분양전략 수립에 돌입한다.
오송, 이제는 가능성에서 현실로
오송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은 단순한 토지 정비사업이 아니다. 이는 도시재생, 스마트시티,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키워드가 응축된 상징적 프로젝트다. KTX로 연결된 전국 네트워크의 교차점, 바이오산업 거점과 상업·주거·교통이 결합된 융복합 도시. 바로 그 미래를 현실로 바꾸는 작업이다.
“오송역세권 개발은 단순한 토지정비 사업이 아닙니다. 이것은 오송이라는 지역이 가진 성장 동력과 미래의 가치를 실현하는 일입니다. KTX와 바로 연결된 입지, 인근 바이오클러스터와의 시너지, 그리고 수도권과 충청권을 잇는 중심축이라는 전략적 위치는 앞으로 10년, 20년 뒤 오송의 경쟁력을 좌우할 요소들입니다. 지금 우리가 준비하는 이 기반이, 미래 도시의 방향성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
하루하루, 도시는 만들어지고 있다
그의 하루는 여전히 길다. 이른 새벽 사무실 불을 켜고, 늦은 밤까지 서류를 넘기고 다음 회의 자료를 준비한다. 그의 ‘오늘’은 누군가에게는 수년간 묶여 있던 재산의 회복이고, 또 누군가에겐 오송이라는 이름에 다시 기대를 품는 ‘내일’이다.
이제 오송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은 더는 멈춘 계획이 아니다. 현실이자 가능성이고, 도시의 얼굴을 새롭게 정의하는 실험이자 도전이다. 그리고 그 도전의 한복판엔, 묵묵하지만 단단하게 책임을 짊어진 한 조합장이 있다. /김재옥기자


모든 조합원들의 권익은 물론, 오송역세권 개발사업의 성공을 위해 불철주야 수고하시는 모습에 거듭 감사 드립니다!...
조합원 절대다수가 조합장님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지지하는 만큼, 흔들리지 말고 황소처럼 뚜벅뚜벅 나가시길 바랍니다!...
무더운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