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자 옥수수가 성장을 멈추고 뿌리가 메말라가고 있다. /조은영기자
▲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자 옥수수가 성장을 멈추고 뿌리가 메말라가고 있다. /조은영기자

"지금이 물이 제일 필요한 시기인데 물이 없으니 밭작물이 타죽고 난리도 아니에요"

폭염경보가 연일 이어지고 있던 지난 11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서원구 현도면 노산 1리에서 만난 농민의 말이다. 

당시 낮 최고기온은 35.4도로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고,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상황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농민들은 말라붙은 작물을 바라보며 "농작물이 다 타고 메말라 죽어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이미 한 차례 수확을 마치고 가을 작물이 심겼어야 할 밭은 텅 비어 있었다. 일부 밭에 심긴 들깨 등은 폭염에 생기를 잃고 시들었다. 대표적인 여름작물인 옥수수마저도 성장을 멈추고 뿌리가 말라가고 있었다. 

유승돈 현도면이장협의회 회장은 "지금 감자나 마늘을 수확한 곳에 들깨랑 참깨를 심어서 키워야 하는 시기인데 땅이 말라서 들깨를 심어도 거의 다 타 죽은 농가가 많다"며 "일부 농가에서는 모를 다시 키워서 심어보려고 하는데 수확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고 한탄했다.

이어 "소형 관정이 없는 농가는 호스로 물을 주더라도 끝에 도달하면 초입이 다시 말라 가물어 있는 땅을 촉촉하게 만들기는 어려워 고충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 더운 날씨가 이어지자 미처 다 크지 못한 채 낙과한 복숭아들이 농장 바닥을 뒤덮고 있다. /조은영기자
▲ 더운 날씨가 이어지자 미처 다 크지 못한 채 낙과한 복숭아들이 농장 바닥을 뒤덮고 있다. /조은영기자

과수원도 폭염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현도면 소재 과수원에 심긴 사과, 복숭아나무 일부는 더위를 버티지 못해 고사했고, 영글어 가야 할 과육들도 작게 맺혀 생장이 멈췄다. 

이날 방문한 복숭아 농가 바닥에는 미처 다 크지 못하고 낙과한 복숭아들이 즐비했다. 나무에 달린 복숭아들도 뜨거운 날씨에 성장을 멈춰 수확 무게인 300g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당 농가에는 관수 시설이 설치돼 있었지만, 과수원에 생명을 불어넣기는 턱없이 부족했다. 

복숭아 농장을 운영하는 이상백씨(70)는 "우리 농장에는 관수 시설을 설치해 매일 오후 6시부터 오전 6시까지 물을 주는데도 상품 가치 없는 과육이 많다"며 "관수 시설이 없는 일부 과수원은 과육의 크기가 너무 작아 아예 판매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 비가 예보됐지만 얼마나 내릴지는 미지수다. 이상기후 현상으로 예전처럼 충분히 긴 기간 비가 내리는 것이 아니라 열대 지방의 스콜처럼 한 차례 쏟아지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역별로 편차도 커져 아예 비가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

농민들도 이번 여름비에 대해 같은 의견을 내놨다.

유 회장은 "올해 7월 초에 예상 강수량 700mm의 비가 온다고 했는데 예보가 현실로 이어지진 않았다. 다음 주 중에도 비가 온다고 하는데 과연 정말 내릴 것인지 가뭄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인지 모든 게 불투명한 상태"라며 "이런 이상 기온이 가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소형 관정 사업 등 농업 안정성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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