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사 측 "적절치 못한 상황…심려 끼쳐 죄송"

▲ 김영환 충북도지사(가운데)와 김현기 청주시의장(왼쪽부터), 이완복·남연심·정태훈 시의원이 지난 12일 청주의 한 식당에서 술잔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 김영환 충북도지사(가운데)와 김현기 청주시의장(왼쪽부터), 이완복·남연심·정태훈 시의원이 지난 12일 청주의 한 식당에서 술잔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

14명이 목숨을 잃은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 2주기 추모 기간 중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김현기 청주시의장 등 시의원들과 술자리를 가져 또다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김 지사는 추모 기간을 선포한 당사자고 청주시의원들은 참사 장소가 청주시라는 점, 특히 김현기 시의장은 선거구에 오송읍이 포함돼 있어 비난 여론이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14일 충북도 등에 따르면 김영환 충북지사는 지난 12일 오후 청주 한 음식점에서 김현기 청주시의장, 이완복·남연심·정태훈 시의원과 음주를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도는 술자리는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시작됐고 김 지사는 일정 등을 이유로 1시간 뒤인 6시 30분쯤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 측은 "도착했을 당시 이미 술을 마시고 있었고 권유에 의해 맥주 1~2잔을 마셨다"며 "추모 기간에 부적절한 상황으로 도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전했다.

김 지사와 시의원들의 술자리는 참석자가 사진을 찍어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여러 곳에 자랑하듯 공유하면서 알려졌다. 

이 사진에는 김 지사와 술잔을 든 시의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테이블 위에는 소주병과 맥주병이 놓여있고 참석자들은 술기운 때문인지 여름 햇볕 때문인지 얼굴에 홍조를 띠고 있다. 

김 지사 측은 한 달 전부터 약속돼 있던 자리였고 청주시의원들에게 돔구장 건립과 최근 운영을 시작한 오송역 선하공간 등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시의원들은 모두 김 지사와 같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또 이완복 의원만 경제문화위원회 소속으로 돔구장 및 오송역 선하공간과 연관이 있을 뿐 남연심 의원은 보건환경위원회, 정태훈 의원은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으로 김 지사 측의 해명과 부합하지 않는다. 

도는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2주기를 맞아 7~15일 추모 주간을 운영한다고 선포했다. 

이 기간 모든 직원이 추모 리본을 달고 특히 음주를 겸한 회식이나 유흥을 자제해 경건한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기로 했다.

청주시 역시 오송 참사 2주기를 맞아 7~15일 추모주간을 운영 중이다. 

추모 기간 음주를 겸한 회식이나 유흥모임은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김 지사는 오송 참사와 관련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유가족 등은 국정조사를 통해 혐의점이 없는지 다시 밝혀야한다고 요구 중이다. 

청주시의원들 역시 참사가 지역구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적어도 추모기간에는 자숙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송참사시민대책위원회는 논평을 통해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아직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며 "이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행위로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의장이 추모 기간에 술자리를 가진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김 지사와 김 의장은 유가족과 시민 앞에 공개 사과하고 도와 시의회는 재발 방지 대책 마련하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도 성명을 내고 "소주병과 맥주가 놓인 테이블, 웃으며 술잔을 든 사진은 충격 그 자체"라며 "단순한 술자리가 아닌 추모의 의미를 철저히 모독한 행위이며 도민과 유가족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처사"라고 힐난했다. 

이어 "김 지사와 김 의장은 즉시 유가족과 도민·시민 앞에 진심으로 석고대죄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라"고 강조했다. 

오송 참사는 2023년 7월 15일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물로 지하차도를 지나던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되고 14명이 숨진 사고다. 
 /배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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