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원 반발 속 투표 끝 의결
건환소위·예결위, "적극 노력·공론화 과정 부재"
이양섭 도의장, 유족 면담 계획
도, 추가 공론화·3차 추경 재반영 검토

'충북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추모 조형물 설치를 위한 예산이 충북도의회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삭감됐다. 

충북도는 도의회의 지적에 따라 조형물 설치를 위한 추가 공론화 과정을 밟는 한편 연내 3회 추경 예산안 또는 내년도 본예산에 재반영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도의회는 16일 428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고 충북도가 제출한 2회 추가경정 예산안 중 오송 참사 희생자 추모 조형물 설치 예산 5000만원 등 7개 사업 15억8042억원이 삭감된 수정안을 원안 의결했다. 

의결에 앞서 진행된 투표에서는 재석의원 28명 중 찬성 21표, 반대 2표, 기권 5표가 나왔다.

이날 본회의에 출석한 의원은 총 33명이었으나 이 중 5명은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다른 이유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표에 앞서 안건 설명이 끝나자 이상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음성1)이 의사진행발언을 하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이양섭 의장은 사전에 통보되지 않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건 통과 후 이 의원은 "발언 기회를 막았다"고 따졌고 이양섭 의장(국민의힘·진천2)은 "사전에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라고 고지했으며 표결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진행발언은 할 수 없다"고 응수했다. 

민주당 측은 "투표에 앞서 반대토론을 하고자 했지만 의장이 기회조차 주지 않아 항의하는 과정에서 투표가 강행돼 표도 행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건설환경소방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차 추경을 심사하면서 설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단순한 조형물 설치가 아닌 교육·상징적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종합적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는 게 타당하다고 삭감을 결정했다. 

건환소위 소속 한 의원은 "도가 청주시와 오송 만수공원에 추모비 설립을 논의하다 '추모시설은 공원시설에 포함되지 않아 설치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추모 조형물로 바꾸면 설치 가능성이 생긴다"면서 "그럼에도 도는 유족들에 관련 내용을 알려 협의하거나 청주시와 재논의하는 등 적극 노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는 도청 잔디 광장은 해마다 축제와 공연, 직거래 장터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데 이런 곳에 추모 조형물을 설치한다면 취지와 의미가 퇴색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번 결정에 대해 오송참사 유가족·생존자협의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추모 조형물을 혐오 시설로 취급하며 유가족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준 결과"라고 반발했다.

이어 "충북도 역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도와 도의회가 협력해 올해 안에 추모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는 내년도 본예산 제출기한인 11월 11일까지 도의회 설득 작업을 진행하는 등 최대한 빨리 사업비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 도의장도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오는 22일 오송 참사 유가족과의 면담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의회는 이날 조례안 29건을 비롯해 동의안 11건, 승인안 6건 등 총 52개 안건을 처리한 뒤 폐회했다.

429회 임시회는 오는 10월 13~21일 열릴 예정이다.
 /배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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